기금형은 회사와 별도로 독립된 퇴직연금 기금을 신탁 형태로 설치해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이 활성화된 미국, 호주를 비롯한 선진국 대부분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단일 계약형 지배구조로만 상품을 만들 수 있어 선진국보다 선택이 제한돼 있다. 게다가 퇴직연금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묶여 있는 바람에 넉넉한 노후대비라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규모는 2012년 말 현재 66조14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규모는 오는 2020년이면 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예·적금이나 금리확정보험을 비롯한 원리금 보장상품에 90% 이상이 투자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 퇴직연금이 담고 있는 주식형펀드를 비롯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5% 남짓에 불과하다. 퇴직연금 가입자 수 또한 현재 430만명 남짓으로 전체 근로자 가운데 절반도 안 된다.
이에 따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으로 시장 규모를 키워 관련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퇴직연금 가운데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확정급여형(DB형)은 적립금 가운데 30%만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가입자가 운용상품을 선택하는 확정기여형(DC형)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주식투자가 금지돼 있다. 물론 DC형도 제도가 완화돼 주식형펀드나 혼합형펀드에 40%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됐지만 가입자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 만큼 비중이 작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퇴직연금 자산 80%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영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이 현재 원리금 보장상품에 투입돼 자본시장에 도움을 못 주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연금자산이 자본시장에 투입돼 주가상승, 근로자 연금수급액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근로자 측에서 특별히 반대 의견을 내지 않으면 자동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401K'라는 제도가 있다. 1980년대 미국이 세계 1위 펀드시장으로 도약할 때 이 제도가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며 "호주를 비롯한 선진국 성공 사례가 적절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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