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과 공단 폐쇄 등의 조치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일단 원칙적으로 공단 재가동이라는 목표를 명시했다. 또 두 차례 전체회의와 12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남북 양측은 10일부터 설비점검 방북,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과 관련 절차에 따른 설비 반출에 합의했다.
이는 남북 양측의 요구를 절충한 주고받기식 협의의 결과라는 평가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기업의 설비 점검과 조속한 원상복구를, 남측은 완제품 및 원부자재의 반출을 강하게 요구했다. 따라서 양측이 서로 강하게 요구한 내용을 절충해 합의문에 담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합의에 대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 당국 간 공동의 합의문이 나왔다"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남북한이 진통 끝에 합의문을 도출한 것을 보면 개성공단 문제에 관해 서로 협력해야 '윈윈'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런 협상이 가능했던 것은 남북 양쪽 모두 처한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남측으로선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소재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정부의 대책이 미온적이라고 비판, 설비의 국내외 이전을 결정하며 압박받았다.
여기에다 최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비판여론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 역시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하기는 했지만 남측의 체류인원 전원 철수 결정을 예상치 못했다가 허를 찔린 상황에서 조기 재가동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개성공단에서 일해온 5만여명의 근로자가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재정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남측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회담 관계자는 "이번 회담 결과는 사실상 북측이 남측에서 요구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과 미국 등이 6자회담뿐 아니라 북한과 양자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회담에 나서게 한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이런 연유에 남북한이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기는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남북은 우선 재발방지 합의와 관련해 10일 개성공단에서 후속회담을 개최한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강력히 요구한 재발방지 합의가 쉽지 않았고 앞으로 어떤 형태로, 무슨 내용을 담을 것인지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남측이 북측에 우리 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한 것도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가는 데 넘어야 할 산이다.
한편 개성공단의 재가동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서해 군 통신선도 재가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부터 남측 기업 관계자들의 개성공단 방문과 설비 점검·정비를 진행키로 합의함에 따라 개성공단 출입경을 승인하는 군 통신선의 재가동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북측은 지난 3월 27일 서해지구 군 통신선 3회선(직통전화·팩스·예비선)을 일방적으로 단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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