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더 어려웠던 사업 환경 탓에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전자·IT 등 ‘경박단소(輕薄短小)’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의 폭이 깊은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부문에서 목표치 하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9일 재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하반기 남은 기간 영업계획과 함께 내년도 이후 경영전략을 새로 짜느라 움직임이 분주하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연간 기업실적을 100이라고 할 때 상반기에 45~49, 하반기는 51~55의 비중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목표치도 이 비율에 맞춰서 짜는데, 올 상반기에는 44에도 못 미쳤다”며 “1~2의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실제 영업현장에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반기 업황 전망도 좋지 않아 아예 목표치를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간 목표치가 낮춰지면 내년 및 후년 전망치도 수정되는데 이 또한 하향 조정하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며 “이는 내년 이후에도 업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사상 최대 2분기 실적을 포함해 양호한 상반기 실적(잠정치)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지난 6개월간 전체 업황은 좋지 못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대규모 사업장에서 거대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후장대 산업의 부진이 두드러지는데, 자동차를 제외한 조선, 철강, 기계 등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대규모 수주고를 기록해 일감은 어느 정도 채웠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이후 저가 수주의 영향으로 뚜렷하게 개선되기는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두산을 비롯한 기계업종도 기업들의 신규 투자 감소로 국내외 수주 둔화에 따라 향후 생산 계획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태이며, 포스코를 축으로 한 철강업종도 재고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 단위로 생산량을 통제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듯 매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투자 및 고용 축소,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수익성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자산 상위 30대 그룹(2013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중 올해 투자를 연초보다 축소하겠다는 그룹이 6개 그룹(20.0%)이었으며,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는 그룹도 4개 그룹(13.3%)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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