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시계 방향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허창수 GS 회장 |
아주경제 채명석·이재호·윤태구·이재영 기자= 올해도 하반기로 접어들었지만 국내외 경영 여건은 장마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처럼 암울하기만 하다. 이에 재계 총수들은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하반기 경영구상에 돌입했다.
유럽에서 체류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은 조만간 귀국해 삼성전자의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경영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일본의 엔저 심화 등 대외적 악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중국 제4공장의 입지 선정도 정 회장이 풀어야 할 난제다.
이와 함께 박용만 두산 회장은 그룹 수뇌부와 머리를 맞대고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김준기 동부 회장은 새로 인수한 전자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해외에서 하반기 경영 솔루션 찾는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이달 들어 해외 출장에 나서거나 경영진과 전략회의를 개최하며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동한 이건희 회장은 여전히 유럽에 머물려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삼성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을 잇따라 방문한 이 회장은 이번에 유럽 출장을 끝으로 글로벌 경제의 핵심 거점을 모두 둘러보게 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미래 성장을 담보할 새로운 전략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인사는 "이 회장이 세계를 돌며 글로벌 경제 트렌드를 파악했기 때문에 귀국 이후에는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주 4박 5일간의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을 다녀온 구본무 회장은 귀국 직후인 이날 임원 세미나를 통해 하반기 경영 슬로건 역시 시장선도로 제시했다.
구 회장은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은 LG로 인해 고객의 삶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시장을 목표로 내세운 상품도 있고 국내 경험으로 해외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사업도 있는데 한 번 결정한 것은 기필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구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허창수 회장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 GS칼텍스의 실적 개선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GS건설의 적자폭 축소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의 경영 내실을 다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오는 24~27일 열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포럼에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경영인들과 하반기 경영 구상을 함께 할 계획이다.
김준기 동부 회장은 지난주 그룹 계열사로 새롭게 편입된 동부대우전자 공장을 직접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임금인상을 실시하는 등 전자사업 부문의 사기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글로벌 전자산업의 심장인 미국을 방문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 산적한 현안 해결 위해 휴가도 반납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며 방중 경제사절단의 얼굴로 활약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별다른 휴가계획 없이 자택에 머물며 당면과제를 푸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엔저로 인한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약진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 사업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중국 제4공장의 입지 선정을 놓고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충칭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지난달 말 러우친지엔 산시성 성장이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 시안도 강력한 후보로 부상한 상황이다.
박용만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과 상반기 경영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 경영전략 마련에 나섰다. 전략 시장인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만큼 신흥시장을 새로운 타깃으로 설정했다.
신흥시장 여건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 지위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박 회장은 이 같은 경영구상을 조만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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