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금융권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 금소처, 금감원에서 분리될 듯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내에 금소처를 두지 않고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해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금감원의 제재권도 조정될 전망이다.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금감원장과 금융소비자보호원장에 자문하는 기구로 바뀌고, 이의신청심사위원회를 별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당초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는 금감원의 금융사 제재권을 금융위로 넘기고, 금소처는 금감원에 두는 방안을 1안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금감원과 금소처를 분리하는 방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금소처가 금감원에서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금융위는 "TF가 제시한 의견을 토대로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후 금융소비자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된 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현재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양측 '밥그릇 싸움' 불가피
정부, 금융위, 금감원 그리고 학계와 정치권 등에 이르기까지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금감원 입장에선 기존대로 제재권을 갖고, 금소처도 내부에 두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사실상 둘 중 하나는 내려놓아야 할 처지가 됐다.
결국 지난 8일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을 주장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직원의 94%가 금융위와 금감원 통합 방안에 찬성한 것이다. 금감원의 위상 약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란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정무위원회 일부 의원들은 특위를 구성해 이 문제를 원점부터 따져볼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국회로 번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특위 구성에 대한 요구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특위 구성이 현실화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금융감독체계를 선진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오히려 관계 기관 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기보단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것 아니겠냐"며 "정부와 정치권, 금융당국 간 논쟁이 오히려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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