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이 총리는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안정을 지키고 스페인 국민을 위한 사명을 끝까지 다하겠다"며 사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라호이 총리와 마리아 델로레스 데 코스페달 국민당 사무총장은 지난 2008~2010년 수만 유로의 현금을 몰래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당의 전 회계담당자 루이스 바르세나스는 법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1990년대 초부터 건설업체 등의 뇌물로 인한 집권 국민당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바르세나스가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4700만 유로(약 688억원)를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라호이 총리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불법자금을 일절 받지 않았으며 숨기지 않았다고 확언했다. 그러나 라호이 총리와 바르세나스 간에 비리 공모가 의심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포착됐다. 두 번의 개인적인 메시지를 주고 받았으며 메시지 내용에서 라호이 총리가 이번 사건으로 인한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점이 나타났다. 좌파 일간지 엘문도에 따르면 라호이 총리는 바르세나스에게 '쉬운 일이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힘을 내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에 대해 라호이 총리는 국가가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스페인 시민들은 혹독한 긴축정책과 높은 실업률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불법자금 의혹이 제기돼 분노는 극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절망적인 경제상황에서 해결사로 나섰던 라호이 총리의 정치적 신뢰를 뭉개고 있다고 우려했다. 메트로스코피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선거가 지금 열린다면 집권당인 국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25% 이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선거에서 국민당의 지지율은 44%에 달했었다. 야당은 라호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라호이 총리와 국민당은 2011년 집권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로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은 디폴트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유럽연합(EU)에서 최대 1000억 유로(약 147조원)의 긴급 구제기금을 받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라호이 총리의 조기 퇴진과 긴축정책의 방향 전환이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라호이 총리와 국민당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음에도 라호이 총리가 투쟁적인 모습을 보인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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