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 이건호 국민은행장 내정자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재점화됐다. 곧 있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인사도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KB금융이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건호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내정하면서 관치 논란이 들끓고 있다.
당초 국민은행장으로 김옥찬 국민은행장 직무대행,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윤종규 KB금융 전 부사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취임식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이건호 내정자가 유력한 차기 행장으로 급부상했다.
금융당국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 노동조합과 내부 인사 중용을 약속한 바 있다. 취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건호 부행장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었다.
그리고 '혹시나'했지만 '역시나'였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김용수 KB금융 부사장도 한나라당 부대변인, 17대 총선 출마 등의 경력을 갖고 있어 의혹을 키웠다. 금융사 인사에 정치적인 이해 관계가 지나치게 얽혀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금융은 지난 19일 계열사 CEO 내정자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일 청와대의 승인이 나지 않아 인사 발표가 연기됐다.
우리금융 인사가 예정보다 늦어진 것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승인이 지연될수록 관치 의혹이 더욱 커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조금이나마 논란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내부 선임을 고심 중이란 후문도 있다.
현재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고교 동창인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은행장으로 광주은행 내부 인사가 선임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노조의 투쟁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관치 및 낙하산 인사가 있을 경우 강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노조 역시 임 회장이 내부 인사 중용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전면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처럼 이장호 BS금융지주 전 회장 사퇴, 임영록 회장 취임 등으로 촉발됐던 관치금융 논란은 금융지주사의 계열사 인사가 진행되면서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권이 경제·금융 논리가 아닌 정치적인 논리로 경영될까 우려된다"며 "관치금융에 대한 반발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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