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
지난 23일 세상을 등진 고(故) 김종학 PD가 연출자로서, 또 제작자로서 한국 드라마를 이끌며 활동한 내용과 수상 내역이다. 대한민국 스타 PD였고 드라마계의 산증인이었던 고인은 출연료와 스태프 임금, 세트 용역비 등의 미지급으로 소송에 시달리다 끝내 죽음을 선택했다.
고인의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국내 드라마 제작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역시 공식성명을 통해 "김종학 PD는 잘못된 외주제작 시스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성토했다. 외주제작사에 몸 담고 있는 PD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제작 퀄리티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A제작사의 PD는 "방송사와 방영권 계약을 하게 되면 실상 제작사가 해야할 일은 어떻게 PPL(간접광고)을 활용하고 부가사업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며 "계획한 제작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제작을 마치는게 관건"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PD는 "작품에 대한 욕심 때문에 과도한 자금을 쓴다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자멸하는 길"이라며 "모 영화제작사 대표는 제작을 위해 현금을 운용하다 부족하면 다음 작품을 진행해 전작의 비용을 메꾸는 등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 외주제작 vs 문전사 vs 방송사 자체제작…'대형 외주'만 선호?
대형 외주제작사 B에서 잔뼈가 굵은 다른 PD는 드라마 제작과 관련한 계약 관행을 문제삼았다. 드라마 제작방식에는 외주제작, 문전사(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프로젝트 단위의 투자기구로 프로젝트 완성과 더불어 해산됨), 방송사 자체제작이 있다.
그는 "외주제작의 경우 해당 제작사는 하이 리스크를 떠안는 대신 흥행만 된다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방송사는 광고판매 수익과 판권판매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손해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방송사들은 미국과 달리 드라마 제작사에 광고판매 수익을 주지 않고 있다. 판권 역시 방송사에 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흥행 실패시 투자비를 회수할 방법이 거의 없는 외주제작사 입장에서는 애초부터 방송사측에 제작비를 많이 요구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PD의 설명이다.
통상 방송사의 계열사가 낀 문전사에 대해서는 "회계사를 두는 등 자금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방송사의 이윤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자체제작은 흥행 실패의 손해를 방송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데다 대부분의 드라마 작가들이 제작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결국 방송사는 외주제작 방식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그중에서도 대형 드라마제작사를 우선하는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흔히 대형 제작사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할 경우 발생한 손실 보전을 위해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신생 드라마 제작사들은 보험 가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곧 흥행 실패시 손실 보전을 놓고 방송사측과 분쟁의 소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
◇ 스타가 제작시스템을 기형으로 키운다?
또 다른 제작사 C의 고위 관계자는 "드라마 미니시리즈의 경우 리스크가 크다"며 "미니시리즈는 일단 제작비 자체가 출발부터 다르다. 톱 A급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지 않으면 편성 자체를 못받는 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톱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려면 회당 제작비의 대부분을 출연료로 지출해야 하고, 결국 각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넘어지는 제작사들이 허다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럼에도 이를 피해 가지 못하는 이유는 '스타 기용이 곧 시청률 확보'라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안전한 길을 가고 싶어하고, 제작사 입장에선 방송 편성을 받기 위해 무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톱 배우 뿐만 아니라 스타 작가 역시 개런티가 비싸다. "무조건 믿고 본다"는 K작가의 2011년 모 작품 개런티는 회당 5000만원 수준이었다. 남자 주인공과 동급이었다.
이처럼 어떤 드라마를 어떤 시스템으로 제작할 것인가, 어떤 드라마를 편성할 것인가를 좌우하는 것은 제작의 효율성도, 시청자의 다양한 시청권도 아니다. 방송사의 고수익, 저위험을 보장하느냐가 기준이며, 현장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제작사가 떠안아야 하는 고위험이나 저수익은 뒷전인 것이 한국 드라마 제작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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