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수민 제일모직 패션연구팀 수석연구원> |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은 자연환경과 건강, 힐링을 중시하는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소비재가 회복세에 들어섰고, 소비가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도 가치있는 물건에 돈을 지불할 준비를 하고 있다.
건강과 소비 경험을 중요시하는 탄력적인 취향의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혜택과 심리적인 혜택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현재 국내 패션시장은 가치를 중심으로 양극화돼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불경기에 더욱 뚜렷한 양상을 보인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SPA 브랜드의 원피스를 통해 실용적인 가격 혜택을 취하고, 고가의 럭셔리 상품 구매로 상징적인 만족감을 얻는 소비심리를 보인다. 패스트 패션이라고 명명되는 SPA 브랜드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합리적인 옷을 구매하는 한편,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보여주는 장인정신을 담은 우수한 품질에 주목하는 것이다.
반면, 명확한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 채 포지셔닝한 중가 시장의 많은 기업이 침체일로를 걸으며 외면당하고 있다. 현 시장 상황에서 가치 포지셔닝이 분명하지 않으면 소비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소비자들은 돈을 지불한 만큼의 가치, 브랜드의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분노를 참지 못한다. 때문에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구매하지만 합리적이고 신중한 소비행태를 보인다.
구매 결정에서도 가격과 품질을 넘어서는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기대한다. 브랜드 가치와 개념이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일관적으로 표현돼야만 제대로 된 브랜드 정체성이 정립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는 모든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타사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상품에 브랜드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역사가 깊은 브랜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헤리티지를 강조하지만, 신생 브랜드는 매력적이고 진실한 브랜드 스토리를 사용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 빈폴 아웃도어는 아웃도어 시장에 한발 늦게 뛰어들었지만 익숙지 않은 '글램핑(Glamping)'이라는 캠핑문화를 소개하면서 성숙기에 접어든 아웃도어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브랜드 스토리에 포함돼야 할 필수 요소는 진정성이다. 최근 기업과 브랜드의 환경적·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진정성은 협력업체와의 상생·지속가능성 등으로 발현되며, 구매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슈즈 브랜드 톰스는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아프리카의 신발을 신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전달한다. 이 브랜드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국내 여성복 브랜드 구호 '하트포아이' 기부 캠페인은 티셔츠 판매 수익금 전액이 시각장애 어린이의 개안수술 기금으로 기부되는 행사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소비자들은 구매 행위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가치 소비를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시사점이 있다.
소비자들은 불황 속에서도 가치있는 착한 소비를 선호하며 남과 다른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서 경쟁우위를 갖추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어떻게 다가서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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