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싫어한 전쟁사진의 전설' 로버트 카파 100주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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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0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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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서 2일 개막..뉴욕 ICP소장 오리지널 프린트 160점 전시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아서다'

1954년 5월 25일 베트남전쟁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프랑스군은 후퇴하고 있었고 그는 프랑스 군의 마지막 철거 작전에 참여했다. 길 곳곳에 지뢰투성이었다. 호송 차량에 타고 있던 그는 "단 한곳이라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난 무조건 갈거야"라고 했다.
군인들은 그에게 차량을 떠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호송차량이 잠시 멈춘사이, 길에서 벗어나 병사들과 아주 가까이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는 대인지뢰를 밟고 숨졌다.

베트남에서 죽은 최초의 미국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1913~1954)다. 전쟁 종군기자로 활약한 카파는 '전쟁을 싫어한 전쟁 사진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사진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전쟁에 대한 혐오가 내포돼있다. 최고의 포토저널리스트지만 저널리즘 사진의 속성인 충격적인 고발과 폭로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었고, 그가 신화로 자리잡는데 일조했다.

카파를 일약 스타 종군기자로 올려놓은 사진은 1936년 스페인내전때 찍은 '어느 공화파 병사의 죽음'이다.

전선에서 돌격하려던 그의 친구 병사가 머리에 총알을 맞고 즉사해 쓰러지던 순간을 찍은 사진이다. 순교자처럼 팔을 벌리고 약간 찡그린 표정으로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했다. 막 이세상과 작별하는 찰나의 시간을 렌즈로 담아낸 카파의 사진은 우아하면서도 비장하다.

23세때 찍은 이 사진은 당시 여러곳의 신문에 실리면서 유명세를 탔고, 전쟁의 최전선에 섰던 최초의 전쟁기자로 미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떤 부대는 카파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다.

스페인 내전부터 노르망디 상륙작전, 인도차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20세기 현대사에서 가장 사실적인 전쟁사진기록자로 남아있다.
로버트 카파의 첫사랑 타로가 찍은 카메라를 든 카파.

카메라를 들고 전쟁터를 누볐던, 또 끝내 그 전쟁터의 한가운데서 짧은 생을 마감한 로버트 카파는 현대 사진역사의 새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생지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시모어와 손잡고 다큐사진가 모임 '매그넘'을 만들면서 저널리즘 사진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다.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이 세종문회회관 미술관에서 2일 개막했다.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과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로버트 카파 기념재단인 뉴욕 국제사진센터가 소장한 160여점의 오리지널 프린트가 전시됐다.또 로버트 카파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과 로버트 카파의 사진가방등 다양한 소품도 소개된다.

수많은 전쟁터를 누볐지만 딱 한곳, 한국전에만 오지 않았던 카파가 사후 60여년만에 분단국가 한국에서 여는 이번 전시는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시는 10월28일까지. 관람료 일반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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