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할 ‘회군’의 명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장외투쟁의 장기화에 대비, 동력을 이어가야 하지만 마냥 ‘민생현안’을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우선 청문회 과정에서 여권과 권력기관 간의 커넥션 의혹이 확인됐다며 이에 대한 국민의 공분을 발판으로 ‘촛불’의 힘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청문회 성적표에 대한 실망감도 적지 않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 선서 거부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채택 무산이라는 원천적 장애물에 가로막히긴 했지만 ‘결정적 한방’이 없는 맥빠진 청문회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증인채택이 사실상 불발되면서 21일 청문회 개최 여부와 23일 보고서 채택 등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도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경파를 중심으로는 특검 카드를 통한 국면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국조 부실의 책임을 여권으로 돌리면서 검찰의 기소 내용 이외 추가 내용을 특별검사를 임명해 규명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특검문제를 결산국회, 나아가 9월 정기국회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국회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전면적 장외투쟁론인 셈이다.
민주당은 19일 조만간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 복귀할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국회를 떠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현재 원내·외 장외투쟁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어떤 원내 및 국회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원외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의원이 지난 18일 특검 문제를 제기한 이후 국조특위와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가세하고 있다.
친노 핵심으로 특위 소속인 박범계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특검 실시를 주장하며 “국회가 새누리당 로드맵대로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병헌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장과 함께 국회의 장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다만 지도부는 특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직 국조가 진행 중인데다 자칫 대선불복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부에선 정보·안전행정·운영위원회 등 국정원과 청와대 유관 상임위부터 선별적으로 결산에 임하자는 의견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다.
한편 하반기 국정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 결국에는 청와대가 적절한 시점에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인 결단이란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통령과의 회담 수용을 뜻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경제활성화에 매진키로 해 당분간 여야 정치권 문제에 거리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9월 국회를 감안해 단독회담까지는 아니더라도 3자회담 정도는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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