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정책금융 개편…부작용 둘러싸고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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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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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은 시장마찰·정금공 통합·선박금융공사 무산 등 반발 거세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7일 서울 태평로 금융위 본청에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금융위원회)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정부가 정책금융체계 개편을 통한 선진국형 정책금융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현 시대에 맞는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이번 개편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시장 마찰, 한국정책금융공사 재통합,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국회 통과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대 흐름에 맞춘' 정책금융 개편

금융위원회는 27일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을 골자로 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번 방안을 마련한 것은 금융시장의 발전과 상업금융기관의 역량 확대 등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전통적 방식의 정책금융기능을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기관의 역할과 지원방식은 경제 상황의 변화와 금융산업의 발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과거 개발경제 시대에는 중화학공업, 전기·전자산업 등 특정 산업 육성을 통한 실물경제 발전에 주력했다.

민간금융자본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정책금융기관의 정부자금 활용 비중이 높고, 대출과 보증 등 양적 투입으로 상환기간·금리 등에 대한 우대혜택을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출·보증 등 전통적 양적 투입 방식을 넘어 투자 또는 투융자 복합 지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창업·벤처기업 육성과 창조경제 지원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의 시장 선도 요구가 높아졌다.

그동안 수 차례의 기능 재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 마찰과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 중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정책금융체계 개편에 영향을 미쳤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개도국형 정책금융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정책금융으로 변모하기 위해 중요 산업에 대한 투입 위주의 지원에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장친화적 방식의 지원으로 발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분산 및 중복된 정책금융기능을 수요자 입장에서 대내외 중소기업 등 기능별·분야별로 명확히 재편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 창업·벤처기업과 신성장산업, 해외플랜트 등 창조경제 지원에 정책금융 역량을 집중했다. 민간금융기관이 영위할 수 있거나, 정책금융기관끼리 중복된 비핵심 업무는 과감히 정리해 정책 재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개편안 두고 논란 '일파만파'…국회 통과도 '험난'

하지만 금융권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진다. 상당수 금융권 관계자들은 통합 산은과 시장 간의 마찰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민영화가 중단되고 정금공과 통합되면 과거 산은 민영화 추진의 도화선이 됐던 투자은행(IB) 부문과 자회사의 시장 마찰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영화 추진 이전 우량기업 대출 및 회사채 주선 등에 국한됐던 산은의 시장 마찰 영역이 이미 개인·기업금융, 투자금융 등 은행 및 증권산업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산은 민영화 중단에 따른 시장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향후 관련 영역을 전반적으로 축소 및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고 사무처장은 "산은 업무 중 공격적 수신영업, 대기업 우량여신 등 시장과 경쟁하는 영역을 지속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라며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KDB생명 등 시장 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자회사도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산은의 민영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금융위가 금융환경 변화를 이유로 태도를 바꾼 점을 들어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세부사항을 두고 적지 않은 입장차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은 "산은 민영화는 세계적 금융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전 정권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정책"이라며 "시장상황에 변화가 없는데도 일부가 민영화를 중단하도록 결론 내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에 따른 파장도 만만치 않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이 부산권 민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도 거셀 것이므로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부산시는 "명백한 대선공약인 선박금융공사의 설립이 무산될 경우 지역의 상실감이 커지고 새 정부의 국정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부산항발전협의회와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등 지역단체도 성명을 통해 "향후 부산항 발전을 위해 정부정책 불복종운동을 강력히 전개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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