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리뷰> '관상', NBA 올스타전 같은 톱배우들의 연기 향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9-03 18:5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영화 '관상' 스틸컷]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9월이지만 아직 후텁지근한 2일 오후 2시 서울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제작 주피터필름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제법 이른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배정된 자리는 마지막 열 우측 끝에서 세 번째. 일찌감치 영화관을 가득 메운 취재진의 모습에서 외진 자리의 이유가 보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조금 길다고 느낄 수 있는 139분. 자칫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 길이지만 보는 이의 깊은 몰입도는 허투른 내는 웃음소리나 말소리 섞이지 않는 공기를 통해 전해 왔다. 뜨거운 시사 열기가 대거 참석에만 그치지 않고 극장 안을 만족감을 채우고 있었다.

영화 관상은 1453년, 단종 1년에 일어난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다. 얼굴만 봐도 살인범을 가려 내는 재주를 지닌 가상의 관상가 내경(송강호)과 그의 처남 팽헌(조정석)은 역모의 집안으로 산 속에 숨어 산다. '눈치' 관상을 보는 기생 연홍(김혜수)은 내경의 소문을 듣고 한양에서 함께 일할 것을 권유하고, 내경은 집안을 일으킬 요량으로 연홍을 따라 나선다.

[사진=영화 '관상' 스틸컷]
내경의 신통방통한 관상 보는 실력은 태종부터 단종까지 4대에 걸쳐 임금을 보필한 김종서(백윤식) 장군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내경은 김종서 장군을 보자마자 사람들이 그를 '호랑이'라고 부르는지 깨닫는다. 내경은 속으로 김종서 장군이야말로 나라를 지탱할 대들보라고 생각하며 자신뿐 아니라 하나뿐인 아들 진형(이종석)의 미래를 위해 곁에서 돕기로 결심한다.

단종의 아버지 문종(김태우)은 병약한 자신이 죽고난 뒤 12세에 즉위할 어린 아들에 대한 걱정에 내경을 따로 찾아간다. 문종은 내경에게 단종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며 "반역을 꾀할 역모자의 관상을 지닌 자들을 찾아내라"는 어명을 내린다. 역모자의 관상을 본 적이 없는 내경은 형제들과 자신을 거역한 문무관들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태종 이방원의 초상화를 보며 공부한다.

[사진=영화 '관상' 스틸컷]
왕이 선물을 하사한다는 핑계로 안평대군부터 조정의 대신들까지 권력과 가까운 모든 인물들을 살펴본 내경은 마지막으로 문종이 가장 걱정하던 동생 수양대군(이정재)의 관상을 보기 위해 찾아간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방문한 내경은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수양대군의 관상에 안심한다.

내경은 문종에게 "수양대군은 반역할 상이 아니다"라고 고했고 문종은 내경에게 교지를 통해 단종을 부탁한 뒤 붕어한다.

그러나 내경은 이내 모든 것이 수양대군의 참모 한명회의 계략이었음을 알고 경악한다. 그가 본 수양대군은 일개 부하였으며 실제 수양대군은 '이리'를 연상시키는 역모상이 확실했기 때문.

이후 영화는 왕이 되려는 야심에 찬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 충신을 죽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사진=영화 '관상' 스틸컷]
관상의 최대 볼거리는 배우들의 연기 향연이다.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김혜수 등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이 보여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송강호는 관상가부터 나라를 생각하는 충신에 아들을 아끼는 아버지까지 다양한 연기에 힘을 넣었다 빼었다하면서 강약조절의 진수를 보여줬다.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한 이정재는 대사뿐만 아니라 눈썹, 입술에 옷을 벗고 입는 장면에서까지도 버릴 것 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김종서 장군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한번 들어가 봤다"라는 백윤식과 '납뜩이' 조정석, 충무로 대표 여배우 김혜수의 연기는 마치 미국 NBA 올스타전을 보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NBA 올스타전은 농구팬들에게 있어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경기다. 승패를 떠나서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기술을 보는 관객들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다만 관상에서 아쉬운 점은 첫 사극에 도전한 이종석이다. 제작 초반 미스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이종석의 목소리는 사극톤이 부족한 느낌이었으며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은 약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처럼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몰입한 이종석의 다음 사극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화려한 의상과 미술 소품 역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극 중 수양대군이 입고 등장하는 평상복, 사냥복, 연회복 등은 그 인물의 캐릭터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연홍 등 기생들이 걸친 시스루 한복 역시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15세 관람가로 오는 11일 개봉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