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6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위탁경영을 맡고 있는 대한조선의 이병모 사장을 비롯해, 산은 지붕아래는 아니지만 성동조선해양에서 하성용 전 사장(현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김연신 현 대표가 각각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중공업과 대우조선공업 출신이다.
채권단이 유독 대우조선해양 출신들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1999년 대우그룹 해체 후 채권단 아래에서 독자 생존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위기를 살려낸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노하우를 살려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두 회사에 접목시켜 단기간에 회사를 정상 궤도로 올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채권단의 바람대로 CEO의 교체만으로 회사가 정상화를 걷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대한조선의 매출액은 4764억원, 영업이익은 106억원, 당기순이익은 337억원으로 흑자를 실현한 뒤 2010년에도 역시 흑자 실적(매출 7339억원, 영업이익 486억원, 당기순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2008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그해 2172억원, 2009년 1758억원, 2010년 1767억원을 기록했다. 대한조선은 2009년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 신청을 얻어냈고 자구 노력을 이어가다가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 체제에 들어갔고, 이어 이 사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이 대표 체제로 돌아선 대한조선은 2011년 매출 5276억원, 영업손실 160억원, 당기순손실 566억원으로 적자전환됐으나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며 회생의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대행하는 신규 선박 수주 영업이 경기 불황으로 부진을 면치 못해 일감은 떨어지자 2012년 매출은 247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하고, 영업손실 281억원, 당기순손실 350억원으로 수익률 악화가 심화됐고, 1년 만에 119억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또한 대한조선의 자산과 자본은 2010년 각각 4800억원, 6251억원에서 지난해 3775억원, 3893억원으로 떨어졌다. 부채가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이 기간 동안의 구조조정은 매출의 확대 보다는 기존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동조선해양도 2009년 7730억원이었던 자본잠식 규모는 구조조정 실시 후에도 개선되지 않아 지난해에는 1조7454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기간 자산은 7000억원 가까이 줄었으나 부채는 2000억원이 늘어난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3372억원에서 1조7628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생존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만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무조건적인 몸짓 줄이기식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의 미래 성장성은 크게 위축됐다. 이러다 보니 최근 들어 대한조선의 몇몇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등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아직 시기가 짧아 성공 유무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오너 체제에 있던 기업의 경영체제를 채권단이 주도해 바꾼다는 것이 실질적인 회사의 회생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을 대한조선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출신의 최고의 인재가 CEO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조선업 시황 자체가 불황이기 때문에 불가항력일 수 밖에 없고, 오히려 새로운 CEO를 비롯한 인적 쇄신은 오히려 조직의 근간을 흔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치로만 결정하는 채권단의 구조조정은 분명 한계가 있다. 새 대표와 경영진들도 채권단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를 파악하기까지는 업무 공백 우려도 크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는 기존 경영진을 활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안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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