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의장 후보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머스의 결정을 수락했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발전에 힘써온 노고를 치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머스 전 장관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몫을 했다”며 “그의 전문성 경험 리더십의 역할이 크게 발휘됐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된다. 버냉키 후임자로 오바마 정권의 지지를 받는 서머스 전 장관과 월가의 지지를 받은 옐런 부의장으로 좁혀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서머스 전 장관을 연준 의장의 후보로 염두해왔었다. 때문에 이번 서머스 전 장관의 포기는 오바마 정권에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서머스 전 장관이 후보를 포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반기는 분위기다. 서머스 전 장관은 양적완화에 대해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로 분류됐다. 때문에 서머스 전 장관이 차기 의장으로 지명되면 금융시장은 긴축모드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었다.
블룸버그가 투자자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5%는 서머스가 차기 의장이 되면 버냉키 의장보다 부양책을 덜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13% 만이 서머스 전 장관이 버냉키보다 완화책을 더욱 쓸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양적완화 우려로 11일까지 4주간 신흥시장 주식형펀드에서 73억6000만 달러, 채권형 펀드에서 60억8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포기 의사가 밝혀지자 미국 주가 선물 및 신흥국 통화 가치 등은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나스닥 선물은 즉각 1%대 이상 급등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말레이시아 링깃화 터키 리라화 신흥국 환율은 하락했다.
차기 의장으로 떠오른 옐런 전 부의장은 양적완화를 옹호하는 전형적인 비둘기파로 월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저널은 서머스 전 장관의 포기로 연준의 첫 여성 의장이 유력해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투자자 47%는 옐런 부의장이 의장이 되면 버냉키 의장과 비슷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버냉키 의장보다 더 부양적일 것이란 응답도 17%에 달했다. 지난주 경제학자 350여명은 옐런 부의장이 지난 2005년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를 예측하는 등 연준 의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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