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을 면치못하던 재건축∙재개발 시세가 급매물 위주로 소진되며 상승세를 타고 있고, 사업진행이 멈췄던 단지들은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부동산대책의 직접적인 혜택이 없지만 대책 발표 이후 활발해진 시장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이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재건축·재개발 추진단지 중 추진위원회 인가를 받은 사업장은 모두 92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직전인 관리처분인가 이후 착공을 준비 중인 사업장은 23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기본계획 수립과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인가 과정(추진위원회·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을 거쳐 철거, 착공, 분양 등의 과정을 거친다. 통상 사업시행인가를 받게 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경우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수요자가 꾸준히 유입되는 지역인 만큼 향후 집값 반등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남구에서는 개포주공 4단지가 눈에 띈다. 다음달 조합설립 총회를 개최하고 오는 11월쯤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개포주공1단지도 이르면 11월쯤 건축심의를 통과해 내년 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개포주공3단지도 건축심의를 추진하고 있다.
개포주공 1~4단지와 인근 개포시영이 계획대로 재건축 완료되면 총 1만5000여가구에 달하는 강남권 최대 규모의 신도시급 단지로 탈바꿈한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만 1730가구가 나올 예정이어서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 일대 재건축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방배5구역은 지난 7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방배3구역도 지난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사업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잠실주공5단지가 지난달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새로 선임하고 연내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 사업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몸값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8∙28 대책 이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6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의 변동률은 0%로, 서울 아파트 매매값 상승을 재건축 단지가 주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개포주공1단지 42㎡(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지난 7월 6억원에 거래됐지만 한달 새 7000만원이나 올랐다. 주공4단지 50㎡형도 최근 한달 새 5000만원 가량 오른 7억2500만~7억6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여름철 휴가 이후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데다 8∙28 대책 이후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며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오름세가 일부 단지에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강남권이라는 입지적 특수성이 있는데다 과거처럼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이 그동안 가격이 많이 빠져 추가비용 부담이 낮아진 데다 사업에 속도가 붙어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이뤄지며 시세가 반등하고 있다"면서도 "거래 대부분이 급매물이고, 정부 대책에서 제외된 만큼 추격 매수세가 약해 시세가 꾸준히 급등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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