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기술전문인을 양성하는 한국폴리텍대 서울강서캠퍼스. 왠지 딱딱하게 느껴지는 노동부 산하 국책 직업교육대학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9월 수장으로 취임한 이인배(47) 박사의 교육환경과 운영전반에 걸친 도전이 점차 결실을 드러내고 있다. 본인 스스로를 젊은 학장이라 부르는 이 박사의 시도는 '자율적 책임제'로 요약된다.
이 학장은 "취임 당시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서로가 즐겁고 행복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바로 지금이 그 시기인 듯 싶다"면서 자신이 거둔 '무형의 성과'를 소개했다.
이 학장은 취임 직후 각 부서의 업무보고를 듣고 교수진을 만났다. 이때 구성원들에게 학생들을 10번 만날 수 있는 시간에 11번 만나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학생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전략이었다.
"48명의 교수 개개인에게 젊은 학장이 새로 왔으니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교육공간으로 거듭날 것을 제안했습니다. 대신 실무업무는 담당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언급은 곧장 부작용으로 드러났다. 학생과 면담 차원에서 요청했던 특강이 문제였다. 당시 대강당에 600여명의 학생들이 가득 들어찼고, 거창하게 플래카드도 내걸려 얼굴이 달아올랐다고 회상했다.
이후 이 학장은 발로 뛰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부터 30여개의 강의실을 직접 다니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일명 '단박 커뮤니케이션'에 나선 것이다. 20회 가량 인성강좌를 열며 1200여명 학생들을 모두 만났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점차 달라지는 행동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올해 초 학생회 간부와의 식사에서 덩치가 커다란 한 남학생이 술잔을 건네더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을 전했다"면서 "우리 청년들이 힘든 세상에서 본인과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는 발전된 행동을 보여 감사했다"고 돌이켰다.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강서캠퍼스의 대표적 프로그램은 단연 '리더스 기술클럽'이다. 기업CEO, 고위 공직자, 전문가 등 사회저명 인사들을 강단에 세워 폴리텍과 호흡하며 자연스럽게 이들이 홍보대사로 역할하는 것이다.
특히 이 학교의 취업률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지난해 전체 83% 집계가 나왔을 때도 주위의 시샘을 샀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85%를 초과, 매년 기록을 새로 작성하고 있다.
약 2년간 남은 임기동안 우선 과제와 미래비전에 대해 이 학장은 해외취업 및 홍보 강화를 들었다.
강서캠퍼스는 최근 기업전담업체 중 우신엔지니어링의 중국법인에 파견할 기술직으로 2학년 재학생 7명이 최종 합격하는 성과를 일궜다. 또 전통식품조리과 김해룡(24)씨는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에 한식조리장으로 취업했다.
이 학장은 "1990년대 기능대학 시절부터 폴리텍대는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위해 기술인력 양성에 앞장섰다"며 "앞으로 국제협력사업을 통해 중동국가 등지에 우리의 기술교육모델 전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중앙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학장은 외교안보연구원 선임연구원, (재)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실 선임행정관(2008~2012)을 각각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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