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추가 은닉재산 의심 [사진=아주경제DB] |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이전부터 계열사 사이의 소유권 이동 등의 정황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최근에 비롯된 사태에 대비해 오너 일가의 재산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 책임이 현재현 회장과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 등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있다고 보고 은닉재산 보유 여부에 대해 파악중이며, 사실이 확인될 경우 검찰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 장본인들은 물론 그들의 재산 빼돌리기를 주도한 주변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드러난 현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소유 재산은 동양그룹 각 계열사의 지분 외에 서울 성북동 자택 정도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동양레저에서 동양네트웍스로 소유권을 넘긴 웨스트파인 골프장과 가회동 소재 한옥 1채 정도가 있으나, 회사 자금사정의 악화로 이들 재산이 모두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여서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나 다름없다.
동양그룹 관계자도 “현 회장 일가의 사재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동안 회사 경영사정 악화로 인해 이미 내 놓을 수 있는 사재는 모두 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알려진 재산 외에도 오너 일가가 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미술품, 귀금속 등은 사생활 보호에 따라 금융당국도 정확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동양증권 노조는 이 부회장이 (주)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이 처음으로 계열사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이전인 지난달 30일 동양증권의 개인계좌에서 현금 6억원을 인출해 갔으며, 법정관리 신청 직후인 지난 1일 동양증권의 대여금고에서 개인 물품을 찾아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여금고에서 찾아간 것이 금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앞서 현 회장의 장모이자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동양네트웍스에 증여키로 했었던 본인 소유의 오리온 주식 15만9000주가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증여절차가 중단되면서 여기에도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소위 대기업 그룹은 오너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고 더 나아가 비자금 등 활동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별도의 사람, 또는 팀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오너 일가들은 만일에 있을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게 된다.
경영실패로 그룹이 해체된 대기업 총수들이 낭인으로 돌아갔어도 여전히 일반인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모두 잘 나갈 때 착실히 노후준비(?)를 해왔기에 가능한 것이다. ‘관재팀’이라 불리는 조직과 조직원들이 바로 오너 일가를 대신해서 이같은 작업을 주도한다. 재산을 숨기는 방법도 과거에는 토지나 무기명 채권 보유, 현금 보관 등에서 그림과 해외 부동산, 스위스 비밀은행, 조세 회피처 등으로 다양화·전문화 되고 있다.
현 회장 부부에 대한 은닉재산 보유 의혹이 꼬리를 무는 것은 다른 오너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점, 이미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다는 점과 더불어 동양 사태가 확산되면서 막후 실세로 떠오른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라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내에서 자금압박으로 인한 위기가 커지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사주일가의 ‘재산 지키기’에 김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모든 결정은 현재현 회장이 직접 했고, 나는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며 부인한 상태다.
물론 동양그룹 오너 일가의 은닉재산 추적 및 처벌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일가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에도 상당기간 시일이 소요될 전망인데다, 발견했다고 해도 이를 추징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많다”며 “또한 환수한 재산을 피해자 보상에 쓸 수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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