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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량리동에 있는 세종대왕기념관 전경.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세종대왕기념관’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결혼식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배재정(민주당·비례대표)의원은 문화부 자료를 토대 조사한 결과 ▲‘세종대왕’을 기념하는 본래 기능보다 결혼식장으로 전락했고 ▲부실한 관리로 방치된 문화재의 훼손 가능성과 ▲맥락 없고 조악한 전시로 관람객 없는 기념관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세종대왕기념관(기념관)’은 현재 비영리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세종대왕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기념관은 보물지정 문화재 5점과 지방문화재 12점, 귀중본 30여점 등을 보유·전시하고 있지만 열악한 정부 지원과 무관심으로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념관이 들어서 있는 청량리동 부지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국유지다. 기념사업회 쪽은 사용료로 1년에 2억5000만원 가량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기념관 1층과 2층에 웨딩홀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념관은 세종대왕을 기리는 시설물보다는 결혼식장으로 일반에 더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기념관에는 보물과 지방문화재 등 50여점에 달하는 한글 창제 관련 고문서와 기념물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곰팡이가 핀 채 방치되어 있는 등 훼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세종대왕 일대기를 소개한 ‘일대기실’과 ‘한글실’ ‘과학실’ ‘국악실’ 등 4개 전시실이 있지만, 세종대왕과 한글과는 연관이 없는 악기 등이 전시되어 있는가 하면, 2004년에 실시했던 ‘타자기’ 관련 특별전시를 아직까지 하고 있는 등 맥락 없고 조악한 전시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념관 평균 관람객은 하루 11명, 한달 340명, 1년 7천명에 불과해 기념관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되는 예산은 ‘외국인 글짓기 대회’, ‘한국문화상품 아이디어공모전‘, ’글꼴디자인 공모전‘ 등 행사에 년 5000만원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3년 예산 4800만원).
기념관은 현재 민간단체인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운영하고 있지만, 출발은 정부의 국책사업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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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와 먼지가 긴 귀중본. |
1966년 정부는 총 20억 원 예산으로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예총회관, 국립중앙도서관, 현대미술관, 세종대왕기념관 등을 건립하는 ‘종합민족문화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당시 국비 9480여만 원과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모은 성금 2800여만원 등 1억2300만원 가량 예산을 들여 1973년에 기념관을 완공했다.
한국은행 홈페이지 ‘화폐가치환산 프로그램’으로 1966년 당시 1억원을 현재 가치로 계산한 결과, 소비자물가지수로 환산할 경우 약 35억원, 금 가치로 환산하면 약 150억원로 나타났다.
배재정 의원은 “한글날이 올해부터 공휴일로 재지정 되면서 기념행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정신문화의 근간인 ‘한글’을 창제하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했던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세종대왕 기념관이 본연의 목적과 기능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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