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 이윤우 삼성전자 상임고문 "살찐 고양이가 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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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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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열정락서 강연서 '삼성 반도체 성공 스토리' 소개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이윤우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14일 충주 건국대에서 열린 ‘열정락서 시즌5’에서 학생들을 향해 강연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삼성 반도체가 세계 1위 메이커가 됐을 때 직접 그린 ‘살찐 고양이’ 그림입니다. 덩치만 크고 비효율적인 조직이 되지 말자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었죠.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19년째 글로벌 1위를 공고히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자만심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독려했기 때문입니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이윤우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14일 충주 건국대에서 열린 ‘열정락서 시즌5’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과 함께 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 고문은 1968년 삼성SDI(전 삼성전관)에 입사한 이후 43년동안 삼성에서 근무하며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 1위로 도약하는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대표이사 사장(1996)·삼성전자 총괄 대표이사 부회장(2008) 등을 역임하고 2011년 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이날 ‘심플 이즈 더 베스트’라는 주제로 무대에 선 이 고문은 1983년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동경선언’ 이후 반도체 사업 초장기 시절 비화부터 19년간 세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를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 등 삼성 반도체 사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그는 먼저 1983년 경기도 용인 공장을 건설 당시를 떠올렸다. 이 고문은 “그 때 공장 부지는 허허벌판에 야산 밖에 없었다. 겨울에는 보온용 텐트를 치고 공사 내내 텐트 속에서 숙식을 하다 보니 콧속이 그을음으로 시커멓게 변한 채 근무를 하기도 하고, 늦게 귀가해 새벽마다 씻는 소리에 귀신으로 오해 받은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며 “나를 포함한 24만 명의 현장 동원 인력이 불철주야 매달린 결과 남들이 3년 걸리는 것을 단 6개월만에 건설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984년 최초로 국산 256K D램을 선보였을 때의 상황도 소개했다. 그는 “해외 유수의 기술진들 대부분이 우리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수많은 열처리 실험을 별도로 진행해 개발에 성공해냈다”며 “그 때는 얼마나 절박한 상황이었는지 열처리 시험 성공 직후 새벽 3시에 일개 이사급 기술자가 회장 등 최고경영진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잠을 깨워도 모두 기뻐할 정도로 대단한 성공이었다”고 전했다.

공장 건설과 반도체 개발 이후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사업은 반도체 시장 불경기로 위기를 맞이했다. 이 고문은 “모든 것이 잘 풀릴거라 생각했지만 이 무렵 반도체 시장에 불경기가 오는 바람에 1300억원에 이르는 누적적자가 발생했다”며 “이 때는 삼성은 반도체 때문에 회사가 곧 망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많은 우려에 직면해 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텔과 협의해 인텔 ‘EPROM’이라는 제품을 OEM 생산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로 했다”며 “당시 삼성 기술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지만 기술진을 비롯한 임직원이 노력으로 극복했다. 나중에는 오히려 인텔 기술진이 삼성을 본받고 돌아갈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후 삼성 반도체는 1988년 세계적인 PC붐으로 인한 메모리 부족의 영향으로 초호황을 맞이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이후 1992년 세계 64M D램 분야 1위 달성에 이어 1993년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 고문은 “1위 달성 이후에도 꿈은 계속됐다”며 “메모리 업계는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조금만 나태해지면 자전거와 함께 쓰러지게 된다. 19년 동안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조직원들의 끊임없는 긴장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반도체 사업을 해오는 과정에서 수 만가지 복잡한 공정상의 문제와 기술문제, 경영문제에 부딪쳐 왔지만 언제나 문제의 핵심은 단순했다”며 “본질을 파악하고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단순한 진리에서 최고의 정수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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