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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재의 골프 노하우 (16) 연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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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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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장비에 큰 관심을 가진 후배가 있다. 골퍼라면 누구나 장비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지만 이 후배의 관심은 유달랐다. 골프와는 관련없는 직종의 일을 하지만 골프 피팅에 관련된 용어를 줄줄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피팅용 샤프트의 특성에 대해서 항상 업데이트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후배와는 일년에 두 세 번 라운드를 하는데, 아이언이 자주 바뀌는 것을 보았다. 대략 일년에 한 번 새 아이언을 구입하는 것같다. 본인 말로는 ‘골프 지진아’라서 장비라도 마음에 드는 것으로 자주 바꾸고 싶단다. 그래서 좋은 장비에 대한 욕심도 많고, 알뜰 구매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다. 구력은 10년이고 스코어는 80대 후반이다.

이 후배와 지난 주말 라운드를 했다. 작년 초 이후로 처음 하는 것이니 일년 반 만이었다. 첫 홀에서 후배의 티샷은 약간 훅이 걸려 볼이 좌측 언덕 중턱에 걸렸다. 그런데 불편한 자세에서 친 세컨드 샷이 홀옆 3미터 지점에 붙는 것을 보고 ‘운이 좋군’이라고 생각했고, 그 퍼트를 성공하기보다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에 훨씬 더 높은 확률을 예상했다.

그런데 이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버디를 성공했다. 지금까지 나뿐만 아니라 다른 골퍼들의 경우에도 첫 홀 버디하고 좋은 스코어를 거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후배에게 “이거 안 좋아”라고 중얼거리며, 2번홀로 향했다. 후배는 그 뜻이 무엇인지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안 좋은게 아니었다. 2번홀에서도 후배는 버디를 했다. 그리고 3번홀에서 파를 하고 4번홀에서 또다시 버디. 지금 우리가 스크린 골프를 하고 있는게 아니다. 충주 대영베이스CC 인코스를 출발하여 라운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4번홀을 마친 현재 후배의 스코어는 3언더파다.

그 이후 후배는 보기 3개를 하여 전반 9홀을 이븐파로 마쳤다. 그늘집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오늘 이 후배가 ‘라베’(라이프 베스트)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은 지금부터 골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골프에 몰입한 사람에게 골프 이야기를 하면 그 몰입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계속해서 몰입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골프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동반자 중에 라운드하는 동안 계속 골프 이야기만 하는 분이 있었다. 아직 초보자라서 배우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겠지만 자신의 스윙, 다른 사람의 스윙에 대해서 분석한 것을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어떻게 이 사람을 막지?’ 그냥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억지로 막으면 오히려 전체적인 리듬이 깨질 것같았다. 그리고 나에게 대화의 끈이 이어지면 최대한 엉뚱한 이야기를 하여 후배의 몰입감을 지켜주고자 노력했다.

후배는 결국 74타로 라운드를 마쳤다. “첫 ‘싱글’ 아닌가? 내가 패 만들어 줄게.” “아니요. 작년말 79타로 싱글패 받았습니다. 그 후론 계속 80대 중·후반만 치다가 오늘 이렇게….”

점심을 먹으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후배는 올해 초부터 새벽 4시반에 일어나 골프연습장에서 1시간30분 동안 연습한 후 집에 와서 밥 먹고 출근한다고 한다.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그렇게 했단다. “오늘도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왔으니 평소 연습하던 리듬과 흡사했어요.”

이게 바로 연습의 힘이다. 스스로 골프 지진아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이렇게 성장했다. 필자 역시 이런 치열한 연습을 통한 발전의 단계를 거쳤던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

고수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매직 클럽’이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클럽을 당연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연습을 통해 기본기를 익히는 것 외에 당연한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지난 주말 이후 무한한 행복감에 젖어 있을 후배를 위해 이 글을 쓴다. “고수의 세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하네!”

골프칼럼니스트 (WGTF 티칭프로, 음향학 박사)
yjcho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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