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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에메랄드의 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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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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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종연 주콜롬비아대사

 
추종연 주콜롬비아 대사
1991년 콜롬비아 무소 광산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두 개의 에메랄드 원석이 동시에 채굴됐다. 1만5000캐럿(2.27㎏)과 2000캐럿(400g) 크기로, 무소지역 원주민 부족 무이스카 전설에 나오는 여왕과 그 남편의 이름을 따서 이들을 각각 '후라'와 '테나'로 명명했다.

'후라'가 악마의 유혹으로 바람을 피우자 신(神)이 '후라'를 돌덩이로 만들었으며 '테나'는 부인을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에 신께 청해 돌덩이가 돼 '후라' 옆에 같이 있게 됐다. '후라'는 '테나'의 모습을 보면서 후회, 슬픔과 고통의 눈물을 한없이 흘렸고 그 눈물이 돌덩이에 스며들어 깊은 녹청색의 에메랄드가 됐다는 이야기다. 지금 '후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에메랄드로, '테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에메랄드로 평가되고 있다.


콜롬비아는 세계 에메랄드의 55%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국이며 최근 3년간 매년 1억2000만~1억4000만 달러어치를 가공된 형태로 또는 원석으로 수출했다. 현재 주요 수입국은 미국이나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그러나 낙후된 탐사 및 채굴기술, 추가매장량 미확보, 페소화 절상, 세계 경제의 침체 등으로 콜롬비아의 에메랄드 생산 및 수출량이 지금 정체수준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는 연간 수출규모가 5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에메랄드는 보고타시와 인접한 보야까주 6개 광산에서 대부분 생산되며, 현재 12개 업체가 광산지분을 장악하고 있다. 유통분야에는 50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약 2만 가구가 에메랄드 생산과 유통에 반반씩 종사하고 있다. 광부들은 모두 초록 황금을 캐내 인생을 바꿔보겠다는 일념으로 섭씨 40도가 넘는 갱도 속에서 목숨을 걸고 곡괭이질을 하고 있다. 운이 좋아 가치 있는 에메랄드를 캐 광산을 탈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광부들은 320달러 내외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금년 4월 4일 콜롬비아 에메랄드 산업에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에메랄드의 황제'인 빅토르 까란사가 전립선암으로 77세의 삶을 마감했다. 초등학교 3학년 과정밖에 못 마친 까란사는 아홉 살 때 에메랄드 세계에 들어섰고 사병(私兵)을 양성해 우익 무장민병대의 보호 하에 비즈니스를 키웠다. 비즈니스 장악을 위해 경쟁세력들과 '녹색전쟁'을 치르면서 황제의 지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황제가 죽자 에메랄드 비즈니스가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군, 좌익게릴라, 우익민병대 간 50년 내전의 와중에서 폭력으로 얼룩진 에메랄드 비즈니스는 지금도 완전한 통제가 어렵다고 한다. 익명의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지분을 실제로 누가 얼마만큼 가지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고,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광산들이 많으며 또 비공식 거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광산운영허가가 있을 경우에는 30년 유효기간을 갖게 되며 추가 연장과 지분매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전체 에메랄드 비즈니스 규모를 단지 광산업자의 자진신고, 생산에 소요되는 에너지 규모, 수출신고 등을 통해 추론할 뿐이라고 한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금 광물탐사, 개발 및 생산 허가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고 있으며 기존 허가에 대한 재심사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콜롬비아 에메랄드는 청색과 황색의 오묘한 조화 그리고 불꽃 광택을 내는 크리스털 조직으로 인해 다른 에메랄드와는 질적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그래서 콜롬비아 사람들은 콜롬비아산 에메랄드가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이 주조한 그 오묘한 아름다움에는 인간이 만든 폭력으로 점철된 역사와 광부들의 고단한 삶이 덧칠되어 있다. 그게 콜롬비아 에메랄드의 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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