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거두인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은 기업의 미래 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가치는 경영자의 경영에서 비롯되며, 경영철학이 접목돼 가시화된 산물이 제품이다.
과거의 기업은 끊임없이 고객의 니즈를 쫓아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경쟁 포화 상황으로 전환된 지금은 고객이 미처 느끼지 못한 내재된 욕구를 먼저 파악해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차이는 1등과 2등과도 같다. 전자와 같이 따라가는 데 힘을 기울여온 기업은 많이 올라가봐야 2등 밖에 할 수 없다. 반면 후자처럼 고객이 따라오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기업은 후발 주자라도 언제나 1등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내재된 욕구를 찾아내는 것은 결국 미래를 통찰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미래를 100%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의 미래 투자는 ‘영점사격’과 같다. 가능한 한 중심에 맞추기 위해 가늠자를 조정하는 과정이 영점사격이다. 다양한 부문의 가능성에 도전해 그 과정에서 얻은 산물을 가공함으로써 해당 기업이 이루려는 미래 사업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2013년 한국의 기업들은 규모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의 맹추격, 환율 등 상시적 불안요소에 더해 경제민주화를 필두로 한 비 사업적 불안요소까지 겹치며 기업 고유의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일부 상위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됐으며, 일부 기업들은 위기를 견디지 못한채 무너지기까지 했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 추가로 백기를 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 20주년 만찬회에서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한다”며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품질경영에 대한 신념을 다시금 일깨우기 위해 경영진 인사를 단행한 것도, 만일에 닥칠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의 생존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영원히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모든 비용을 철저히 아끼면서도 미래에 대한 투자는 중단하지 않고 있으며, 투자 규모도 늘리고 있다.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투자와 더불어, 주력사업을 업그레이드 시킨 신사업, 또는 현 사업구조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융복합 분야까지, 투자 분야와 목적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허리띠를 졸라매면서까지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그만큼 혁신을 통해 시장의 판도를 뒤집기 위한 기업들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라며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수년 내에 현재의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기업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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