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국내연구진이 국방 및 통신용 레이더에 쓰일 수 있는 반도체 고출력 증폭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기존 반도체인 실리콘(Si)이나 갈륨비소(GaAs) 대신 질화갈륨(GaN)을 사용해 전력 밀도를 최대 10배, 증폭소자 교체주기 16배, 전력 효율을 최대 30% 높인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반도체는 국방기술 레이더 탑재는 물론 중계기 및 기지국 등의 통신용 증폭기, 선박 레이더, 우주·항공, 자동차, 기상 등으로 응용범위가 넓어 외산에 의존하던 제품의 국산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질화갈륨을 이용한 국내 연구는 그동안 많이 진행돼 왔으나 연구에 성공해 칩 형태로 개발한 것은 ETRI가 처음이다.
ETRI가 개발에 성공한 기술은 차세대 국방 및 다양한 분야의 레이더에 적용되는 질화갈륨 전력증폭 모듈기술로 질화갈륨 소자는 전력밀도가 높고 열 전도도가 뛰어나며 전력변환 효율이 좋다.
ETRI는 원내 팹시설에서 소자를 설계하고 제조공정기술을 개발해 고성능 칩개발에 성공하고 패키징 후 모듈에 심어 고출력 모듈로 만들어 레이더의 신호를 내보는 쪽에 적용했다.
이 반도체는 고전압에서도 동작이 가능해 고출력 ·고효율 전력증폭기 소자로 적합해 기존 선박레이더에 전파증폭을 위해 사용하던 진공관을 대체하면서 향후 핵심소자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반도체를 기반으로 레이더를 디지털화하면서 기존 진공관방식이 부피가 크고 부품 수명이 짧아 유지보수에도 비용이 많이 들던 단점을 개선했다.
진공관이 출력소자 수명이 짧아 6개월마다 부품을 교체하던 불편도 사라졌다.
이 소자는 고출력 반도체 전력증폭기(SSPA)로 선박용 레이더에 적용해 부피를 줄이고 효율은 높이면서 출력소자 수명은 16배나 긴 5만시간으로 부품교체를 5년 동안 하지 않아도 되도록 개선했다.
연구진은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스마트십 2.0 기술개발에 참여해 디지털레이더에 질화갈륨 기반 고출력 반도체 전력증폭기(SSPA)를 탑재해 국내 최초로 지난 7월 시연에 성공했다.
ETRI의 고출력 레이더는 향후 3~4년 내에 선박에 탑재될 전망이다.
ETRI는 현대중공업을 통해 선박에 탑재한 결과 디지털레이더의 감지 대상 식별력이 우수하고 악천후에도 10km 밖에 있는 70cm 소형 물체를 탐지하면서 30m 이내의 바위섬들도 또렷이 보여줄 정도로 해상도가 월등히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TRI를 비롯, 현대중공업, 울산경제진흥원, 중소기업 등 10개기관의 협력이 이룬 성과로 선박의 눈에 해당하는 디지털레이더를 장착, 내비게이션 기능을 보강해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한 근거리와 원거리 탐지를 위한 센서 기술을 강화한 것이다.
ETRI가 개발에 성공한 결과물은 질화갈륨 전력소자, 전력소자용 저손실 패키지, SSPA 전력모듈로 세계 최고수준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재경 ETRI GaN전력소자연구실 실장은 “그동안 해외기업의 기술력에 의존하던 것을 탈피하고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기술독립을 이룰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향후 첨단 산업분야로의 활용에 경제적 산업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레이더 시장규모가 2018년까지 약 830억 달러에 달하고 이중 약 30%가 전력증폭기 가격에 해당하고 많은 사용이 예상되는 이동통신용 전력증폭기 시장도 올해 기준으로 약 6억6000만 달러, 국내시장 규모는 7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조사 전문기관이 전망하고 있다.
이 기술은 ETRI가 선박용 레이더 스캐너 및 트랜시버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부터 3년간의 노력 끝에 개발해 핵심기술을 기가레인, RF코어, 성산전자통신 등에 기술이전했다.
과제를 통해 ETRI는 국내외 특허 20건, 논문 5편 등 성과와 함께 향후 다른 응용을 위한 핵심 칩개발, 전력소자 성능향상, 신뢰성 등에 나서고 있다.
개발된 질화갈륨 전력소자는 트랜지스터 형태로 향후 저항, 인덕트, 전송선로 등으로 구성된 수동소자와 함께 동일한 반도체 기판상에서 단일 집적회로 형태로 개발하는 것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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