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글로벌 1위 도약에 기여한 '기획통' 하현회 사장을 영입한 것이다. 그룹 내 맏형 격인 LG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동생의 노하우를 배우는 모양새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다른 계열사로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대조적인 행보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는 27일 하현회 (주)LG 시너지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HE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 사장은 지난해 (주)LG로 이동하기 전까지 LG디스플레이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았다.
특히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역임하는 등 조직 내 대표적인 경영기획통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는데 큰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업력도 상당하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모바일과 노트북, 모니터 등 중소형 패널 사업을 맡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고정 거래처가 많은 TV 패널과 달리 중소형 패널은 새로운 고객들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는 사업이다. 추진력을 갖추지 않으면 관련 사업을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하 사장은 조용한 성격이지만 굉장히 꼼꼼하고 두뇌 회전도 빠르다"며 "기획력에 영업력까지 갖춘 리더"라고 전했다.
구 부회장이 TV 사업을 위기에서 건져낼 구원투수로 하 사장을 선택한 이유다. 구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을 때부터 경영전략 수립에 적극 참여한 하 사장을 눈여겨 봐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성공 노하우를 LG전자로 이식시키기 위해 구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에도 LG디스플레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던 김종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LG전자 COO로 영입한 바 있다.
이는 삼성전자 출신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해 활약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공 신화를 다른 계열사로 전파하기 위해 주요 임직원을 지속적으로 다른 계열사로 이동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박근희 부회장은 삼성생명 수장이 됐으며,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과 제일모직의 박종우 사장, 윤주화 사장도 삼성전자 출신이다.
최근에는 정진동 삼성전자 전무 등 10여명의 혁신 전문가들이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겨 혁신 노하우 전수에 나섰다.
이같은 상반된 행보는 결국 두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데 반해 LG전자는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TV 사업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이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제품의 품질보다는 영업과 마케팅 등 경영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엔지니어 출신의 권희원 사장이 물러나고 비(非) 엔지니어인 하 사장이 HE사업본부를 맡게 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를 맡은지 3년이 된 구 부회장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선도 경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LG전자의 실적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외부 수혈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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