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이상·김현철 기자=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건설업계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적자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은 자산 매각, 증자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기업들은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임원 수를 줄이고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는 등 긴축경영에 나섰다. 내년 상반기 건설·부동산시장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각 연구기관의 전망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임원 10% 감축에 이어 지난달 27일 임원 22명을 교체∙선임했다. 전무의 절반, 상무 3분의 1가량을 한꺼번에 바꾼 것으로 실적 악화에 따른 물갈이 인사로 평가된다. 올해 9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GS건설은 최근 10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지난달 조직개편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조직을 슬림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적자 기록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난데없는 부도설에 이어 희망퇴직설까지 나돌고 있으나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GS건설측은 올해 실적이 악화되긴 했으나 1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영업이익이 예년 수준으로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도 올해 창사 이래 최대 폭으로 임원 감축에 나서는 등 조직개편에 나섰다. 지난 4일에는 기존 부문제를 폐지하고 5본부 11실 1원 체제로 슬림화하는 개편을 단행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7월 상무보 이상 임원을 기존 140여명에서 100명 수준으로 30%가량 줄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동안 비자금 조성과 로비, 담합 등으로 흐트러진 내부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조직을 정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SK건설도 지난 9월 최창원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이달 중순 상당폭의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건설의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3147억원에 달한다.
SK건설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SK그룹과 SK케미칼이 주주로 참여해 오는 9일 마감 예정으로 4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누적적자를 감안한 문책성 임원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중견 건설업체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5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지 2년 만에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 경남기업은 이달 초 본사 임원 30%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내년 1월 말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협약 체결을 하는데, 추가적인 구조조정 내용이 들어갈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며 "과거 워크아웃 시절 1000여명의 직원을 860명 수준으로 줄인 상태여서 현재로선 별도의 감축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두산건설도 계속되는 자금난 등을 이유로 지난 10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달 10대 1의 감자 결정에 이어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임원 10여명이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이번에도 임원 약 6명이 퇴임을 앞두고 있다. 코로롱글로벌 관계자는 "임기가 끝난 임원들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인력감축 등을 위한 구조조정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악재가 이어지는 건설사들은 증자와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며 "다만 자구노력에 차질을 빚거나 버틸 힘이 약한 건설사에서는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감축은 없지만 임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그만두는 경우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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