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지역주민·지방자치단체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정책으로 기록된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사업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커졌다.
국토교통부는 목동 등 행복주택 5개 시범지구에 대해 가구수를 절반 이하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행복주택 대안을 제시하고 주민설명회를 다시 여는 등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대폭 수용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방안에 따르면 목동지구는 2800가구에서 46% 줄어든 약 1300가구의 행복주택이 들어선다. 잠실은 1800가구에서 약 750가구(42%)로 축소된다. 송파는 1600가구에서 약 600가구(38%), 고잔 1500가구서 약 700가구(47%), 공릉 200가구에서 약 100가구(50%)로 각각 줄어들게 된다.
이미 지구지정을 마친 가좌지구는 650가구에서 362가구, 오류지구는 1500가구에서 1418가구로 축소해 지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달초 12·3 후속조치를 발표하며 행복주택 공급물량을 20만가구서 14만가구로 줄이고 공급용지를 확대토록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이 때 당시도 국토부는 행복주택 사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목동 등 5개 지구에 대해 지구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지역 주민들이 대거 반발에 나서면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주민 대표를 만나는 등 진화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행복주택 시범지구 5곳 지구지정은 잠정 보류돼고 결국 가구수 축소까지 결정된 것이다.
국토부는 표면적으로는 지역 주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반면 속으로는 국책사업인 행복주택 첫 단추부터 잘못 꿰게 됐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교통·교육·부동산에 영향을 준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 임대주택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큰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에는 교통이나 학군 등을 지적해 그런 부분은 나름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하면 사실 임대주택 들어오는거 자체가 싫다는 의견을 내놓는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시범지구 공급 가구수 축소로 앞으로 행복주택 물량 확보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내 행복주택 1만가구 공급이라는 목표에 사로잡혀 시범지구 선정부터 졸속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12~16일 5개 지구별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후 이달 하순께 지구지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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