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칼바람’ 개혁…미풍에 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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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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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파티는 끝났다'는 선전포고를 시작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칼바람 개혁을 줄기차게 부르짖던 정부가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은 모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기된 단골메뉴였지만 모두 변죽만 울린 채 무위에 그쳤던 탓에 대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개혁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수장의 강도 높은 개혁안 예고에 박근혜 대통령의 발본색원 의지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현재로서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대실소망(大失所望)이란 말처럼 이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도 공개와 동시에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한 형국이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에서부터 과도한 복지 축소까지 나름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긴 했으나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기 위한 핵심 과제를 피해간 곁가지 치기 식의 대책이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화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기업 개혁의 요체이자 최대 개혁 과제인 낙하산 인사 관행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고질적인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라는 병폐를 뿌리뽑기 위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근절'은 반드시 고려돼야 할 과제다.

전문성이나 개연성을 찾을 수 없는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에 입성했다가 정권교체와 함께 다시 쫓겨나는 상황이 되풀이되다 보니 항상 성과 없이 부채만 늘리고 결국 그 빚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기업들은 수익성 악화 속에 이자 및 원금 상환능력 또한 크게 감소하며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들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공공요금 인상안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 낙하산 수장 임명을 반대하는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임금체계나 복지 향상을 약속하면서 부채는 더욱 늘어나고, 결국 공공기관 개혁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가 낙하산 인사 개혁과 관련한 문제를 이번 정상화 대책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겉핥기 식'이라는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오히려 정부 안팎으로 공공기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도로공사 사장과 마사회장 등 알짜배기 공기업 수장 자리에 친박 인사를 임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통해 방만경영과 부채관리 자구노력이 부진한 공공기관 경영자의 보수를 조정하고 해임하는 등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임명 전 철저한 평가를 통해 기관에 적절한 인물을 발탁하는 사전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평가를 통해 사후에 다시 해결점을 찾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한편으로는 고용과 투자를 종용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방만경영을 질책하는 정부의 태도를 조율하고, 동시에 부채의 원인과 재무정보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원인과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각종 처방의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박진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보금자리, 해외자원개발, 4대강 살리기, 경인 아라뱃길 등 10개 비공공요금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사업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공공요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가보상률 검증절차를 제도화해 공공기관 스스로 원가를 절감토록 하는 유인동기를 마련하고, 철저한 구분회계를 통해 사업별 영업 및 부채현황에 대해 정확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며 "첫째로 낙하산 대책 등 인사개혁 부분이 빠졌다. 특히 비전문가 낙하산에 대한 해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공공기관 문제가 계속 불거진 것은 의지 문제가 가장 컸다"며 "기관 개혁이 가능한 기관장을 세울 수 있는 법·제도 장치와 함께 정부 의지를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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