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처벌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12일 복수의 관계 소식통들을 인용해 저우융캉 전 당정치국 상무위원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 놓인 채 공산당 기율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내부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아직 저우융캉에 대한 처벌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저우융캉의 정적으로부터 밀고를 받아 11월 하순 또는 이달 초순 그를 조사하는 특별실무팀 설치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저우융캉은 상시 감시를 당하고 있으며 사전승인을 받아야 외출이나 외부인 면담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저우융캉의 구체적인 혐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안, 사법, 무장경찰을 관장하는 공산당 정법위원회 서기를 지낸 저우융캉은 대표적인 석유방(국영석유기업 출신 정치인) 인물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화교매체인 보쉰, 둬웨이, 캐나다의 화교매체인 싱다오일보, 홍콩의 명보 등의 화교권매체들은 저우융캉이 정변기도, 암살, 부패 등 3대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도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저우융캉에 대해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았고, 중국 당국 역시 아무런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추측성 보도가 잇따랐다.
저우융캉이 독침이나 소음기달린 권총으로 시진핑을 암살한 후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를 국가주석으로 올린다는 설도, 저우융캉이 중국 전역 조직폭력배를 틀어쥐고 정변을 획책했다는 소문마저 떠돌았다. 외부여론이 이만큼 들끓었음에도 중국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때문에 중국 외교가와 정가에서는 저우융캉 신변에 이상이 생긴것만은 사실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12일 보쉰닷컴은 중국당국이 저우융캉의 처벌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는 예측보도를 냈다. 내부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저우융캉의 부패혐의를 발표할 것이며 정국에 미치는 파장이 큰 '정변 기도 혐의'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우 전 상무위원은 정권 전복을 위해 시진핑 국가 주석 암살을 수차례 시도한 외에도 작년 3월 19일 베이징에서 무장경찰을 동원해 인민해방군 제38군 병력과 충돌한 이른바 '3.19 베이징 정변'을 일으켰다고 보쉰은 전했다. 당시 저우 전 상무위원 측이 당국에 구속 중이던 쉬밍(徐明) 다롄스더(大連實德) 그룹 회장을 탈취하려는 과정에서 군ㆍ경 간에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보쉰은 중국 당국이 저우융캉 사건 발표를 연기하고 있다면서 이는 최근 발생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과 관련이 있으리라 추정했다. 저우 전 상무위원의 '죄상'은 장성택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현 시점에서 이를 공개하면 서방 세계로부터 "독재국가에선 비슷한 정치적 사건들이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 여름부터 저우융캉과 가까이 지냈던 석유방들이 대거 구속되면서 저우융캉은 이미 정치력을 상실한 상태"라며 "그를 사법처리하면 현재 상무위원회는 물론 정치국위원들까지 동요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기에 공산당 차원의 징계만 간단히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1일 저우 전 상무위원의 체포설과 관련, 최근의 중화권 매체들의 보도를 확인하면서 당국이 그를 당차원에서 징계만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