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보훈지청장 정순태
살다보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다.
정확히는 실체적 진실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부럽다는 것이다. 반면에 무서운 것은 많이 알고는 있으나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정확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처음 접한 잘못된 정보를 맹신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인지적 편견’이라고 한다. 처음 알게 된 내용이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믿으려는 현상이다.
주변에서 그런 인지적 편견 때문에 진실이 잘못에 묻혀 억울할 때가 많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세월이 약’이고 ‘사필귀정’ 이란다. 그런데 이것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각종 정보매체와 SNS의 발달로 잘못하면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카더라’ 에 매장되기 십상이어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명인들이 억울함을 자살로 극복하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게다.
북한이 불안하다. 고모부를 없앤 김정은의 잔혹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불안은 우리의 안보․평화와 직결된다. 7천만 민족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젊은이의 욱하는 성격에 불안한 평화를 근근히 담보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딱하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든든한 동맹국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군의 중요성․필요성에 대해서는 정확히 보다는 막연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북한의 군사력이 막강하고 호전적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고 우리 군만으로는 군사적 균형의 어려움 때문에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공감하고 있는 터… 그런데 기왕에 미군 주둔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우리 국민들의 좀 더 현명한 판단과 지혜가 모아질 수 있도록 정확한 안보 현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때이다.
안보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 평화와 복지를 지켜주는 것이기에 어느 것보다도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가치이고 이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미군병사가 단 한 명이라도 희생을 당하게 되면 미군은 즉각 북한 도발을 응징할 수 있지만 북한의 도발이 우리 군에만 국한한다면 미군이 개입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북한 병력의 70%이상 가까이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일시에 공격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는 상황에다 현대적은 속도전이어서 전면전이 발발하게 되면 초기 단계에서 제압하지 못할 경우 결국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
따라서 미군이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자동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래서 미군의 전방 배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평택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일단 유사시 전방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엄청난 차량과 피난 인파 등으로 인해 작전 수행이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평시에도 실 사격 훈련 등 많은 제약을 받고 있어 비상시를 대비한 전력 증강 및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평화와 복지가 유지되기를 바라면서 그것을 지키는데 필요한 근본적인 문제를 중시하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그것은 아마도 정확한 실상을 알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국방부 장관의 내년 초 북한의 도발이 있을 거라는 예측이 빗나가기를 희망하면서도 우리는 만반의 대비를 해야만 한다.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는 것은 믿음이 있다는 것인데 기왕이면 정확하고 확실한 믿음 장치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미군 지원의 필요성만 공감할 게 아니라 미군의 역할과 규모, 지원방법과 형태, 전략상 유리한 주둔지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걱정해야만 한다.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그리고 있어서는 안 되지만 극단적으로 전쟁 상황을 가정하여 우리 측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즉각 대응하고 속도전에서 밀리지 않고 우리 측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초기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군의 전방 주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건성으로 알면 잘 보이지 않지만 들여다보면 절실하게 느껴진다.
미군의 역할과 필요성 등에 대해 국민들의 대승적 판단과 현명한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며, 안보적 측면에서 미군의 전방 주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심도 있는 공론화가 더욱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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