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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3일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 화입식에서 고로에 불을 붙이는 화입을 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포스코가 처음으로 건설한 해외 일관제철소가 가동에 들어갔다. 그 현장은 인도네시아였다.
포항제철소 제1기 고로가 성공리에 화입을 마친 뒤 무려 40년의 세월 만에 포스코는 포항, 광양을 넘어 해외 국가에 처음으로 건설한 일관제철소에 불을 지폈다.
23일 인도네시아 찔레곤에 소재한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는 이날 고로에 불을 지피는 화입식을 통해 본격적인 쇳물 생산에 돌입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로서는 철강제품 생산 자립을 위해 포스코와 첫 인연을 맺은 뒤 18년 만에, 포스코로서는 포항제철소 1기 화입을 성공리에 마무리 한 뒤 40년 만에 이뤄낸 결실이다. 연산 300만t의 고로 1기가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던진 희망의 메시지는 쏟아져 나오는 쇳물과 비교해 볼 때 그 무엇보다 의의가 크다.
포스코는 중국 장가항 불수강에 일관제철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공장은 스테인리스스틸(STS)을 만드는 곳으로 핵심은 고로가 아닌 전기로다. 따라서 진정한 최초의 해외 일관제철소는 인도네시아다. 지난 2010년 10월 28일(현지시간) 해변을 낀 황량에서 기공식에 착공한 뒤 3년여 만에 이뤄낸 성과다.
자세한 투자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철강업계에서는 t당 고로 건설비용이 약 1000달러가 드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번 1단계 공사에 약 30억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금액은 합작사인 크라카타우스틸의 지분 투자 및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조달하는 차입금을 포함한 것으로, 국내기업, 외국기업을 망라해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지난 1980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우리기업의 대인도네시아 직접 투자액 규모(신고기준 69억달러, 송금기준 38억1239만달러)에 비해서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그린 필드’ 방식이 적용되는 인도에 비해 인도네시아는 크라카타우스틸이 보유하고 있는 도로·철도·항만·전력·용수 등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브라운필드’ 투자방식으로 진행해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합작사의 건설 및 조업 경험을 활용해 준공시기를 앞당겨 조기 정상조업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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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대통령(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생산한 후판 제품 위에 기념 휘호를 적고 정준양 포스코 회장(앞줄 왼쪽 세번째)과 악수하고 있다.
사업 추진 환경이 나쁘진 않았으나 이곳에서 조차 화입식을 이뤄내기 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야 했다. 이는 포스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철강업체라면 모두가 겪어야 했던 고민이다.
무엇보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의 5년 임기에 있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와 함께 포스코의 숙원사업인 해외 일관제철소의 꿈을 실현해 회사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나설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000년대 초중반 대대적으로 벌어진 글로벌 철강사들의 합종연횡, 중국업체의 부상 속에 규모의 사업에서 갈수록 인지도가 사라져 가던 포스코는 오히려 경쟁사들이 승자의 위기를 겪고 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로의 확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원개발과 일관제철소 건립 등 양손의 카드를 들고 있던 포스코는 정 회장 부임 이후 기존 확장 전략에 유동성을 가미하며 다양한 지역에서 기회를 엿봤고, 그 첫 결실을 인도네시아에서 찾은 것이다.
지리적 입지는 전혀 달랐지만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가 소재한 현지 사정은 40년전 포항과 흡사했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포항제철수를 건립했을 때 직원들에게 던졌던 “제철소를 완공하지 못했을 때 우향우 해서 영일만에 모두 빠지자”던 말처럼 찔레곤 현지에도 공사 현장 오른쪽에는 바다가 놓여져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포항제철소를 완공했을 때처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제철소를 완공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우향 우’해 바다에 빠지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공사에 임해 이날 성공적인 완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
공사 전후 현지 시민·환경단체들의 저항에 부딪쳤지만 포스코 고유의 사회공헌 활동과 경쟁사와 차별화 된 환경경영으로 침묵하던 주민들의 지지를 얻은 것 또한 큰 성과다. 포스코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강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이날 화입식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사측도 인정하고 ,있다.
이날 화입식에서 정 회장은 기공식 때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고 나와 현지 주민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포스코가 제철보국의 이념으로 국가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왔듯이 크라카타우포스코도 인도네시아에서 같은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양사가 투자한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조기에 정상조업도를 달성해 인도네시아 철강산업과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사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 회장은 이날 2단계 사업인 두 번째 고로 건설에 있어서도 포스코가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점을 각인 시켰다.
정 회장은 “포스코와 크라카타우스틸간 체결한 조인트벤처협약(JVA)에 따라 크라카타우포스코의 2단계 투자가 조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주주사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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