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칙론으로 경제 체질개선에 나서면서 사회계층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철도파업을 시작으로 의료업계 파업 예고 등 곳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혁신이라는 단어로 정책을 강행하면서 빚어지는 진통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타협과 소통 없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체질개선이라는 포괄적 경제 구상에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대화와 타협 없는 정부…불안한 '시한폭탄'
공공기관들의 불만은 정부가 강조하는 과다부채와 방만경영을 모두 자신들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부분이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태생 자체가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정부는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있다고 볼맨 목소리를 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 공기업들의 경우 부채감축의 일환으로 알짜 해외 자산을 팔아야 하는 부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며 "가스공사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과 한국전력 핵심 우라늄 및 유연탄 자산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이들 해외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정부가 독려하며 추진했던 것"이라며 "공기업 스스로 부채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이제 와서 공기업이 지탄의 대상으로 지목된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공기업 정상화뿐만이 아니다. 철도파업으로 촉발된 정부와 노동계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고용·노동 관련 현안들을 노사정위를 통해 추진해 왔지만, 노사정위는 한국노총까지 불참을 선언하며 이미 반쪽이 된 지 오래다.
노동계 관계자는 "여전히 정부와 노조의 입장이 평행선을 걷는 가운데 산적한 노동현안은 해결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며 "기업과 노동계는 오는 3월 춘투를 앞두고 정부와 노조의 갈등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노동계와 소통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 우유부단한 정부…갈등 봉합능력 '낙제점'
일각에서는 정부의 우유부단한 결단이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업계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오는 3월부터 병행수입 활성화 추가대책 발표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정부와 업계 간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정부는 해외 유명 제품들에 대한 수입가격 거품을 없애기 위한 초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후서비스(AS) 등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부족해 독점 판매권을 보유한 수입업체나 백화점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추진된 세법개정안,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 등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하며 소통과 협업의 부재를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병행수입 활성화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시행해도 늦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한편 한국의 사회적 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은 적게는 연간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만 머물러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21%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소모적인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청와대에서 불통 지적이 가장 억울하다고 하는데, 그런 말 자체가 청와대에 감점을 주는 것"이라며 "성공한 대통령이나 총리에게는 무엇보다도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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