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중공업 ‘80조원 시장’ 포기, 선박평형수처리시스템 사업 매각

STX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제품명: 스마트 발라스트, Smart Ballast)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채권단 관리하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STX중공업이 유망 분야인 ‘선박평형수처리(BWMS)사업’을 매각한다.

지난 2월 경영계획 발표 당시 채권단이 주문한 일부 사업 매각 방침에 따른 것으로, 향후 10년간 80조원대로 예상되는 거대 시장이면서도 당장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선박평형수처리 사업을 떼어내기로 한 것이다.

STX중공업이 최근 공개한 매각 공고에 따르면 매각대상은 선박평형수처리 사업 일체로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매수의향서 접수를 시작했으며, 마감은 23일 오후 5시다. 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31일까지 진행하며, 6월 5일까지 입찰을 진행하고, 13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최종협상 및 계약 일정은 추후에 결정된다.

‘선박평형수’란 짐을 싣지 않은 빈 배를 운항할 때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의 탱크에 채우는 바닷물을 말한다. 바닷물을 채웠다가 배출하는 과정에서 물속 해양 생물이 다른 해역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교란·파괴를 막기 위해 바닷물 배출 전 해양 생물을 제거하는 장치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다.

국제해사기구(IMO) 협약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의 선박은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이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데, 시장규모는 매우 크다. 매년 1400~2300척의 신조시장(계약기준)에 더불어 총 4만3000척에 달하는 기존 선박이 대상으로 하며, 금액으로는 향후 10년간 최대 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TX중공업은 지난 2010년 4월 선박평형수처리시스템 사업에 참여해 개발을 완료했으며, 자체 브랜드인 ‘스마트 발라스트’(Smart Ballast)도 도입했다. 2012년 IMO 인증, 지난해 해양수산부로부터 국가 형식 승인 획득에 이어 미국 해안경비대(USCG)의 AMS 승인을 받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착수하면서 2016년까지 USCG의 추가 인증을 추진해 왔다.

스마트발라스트는 전기분해로 발생한 염소산화물을 이용해 바닷물을 소독하는데, 소독시 나타나는 유해물질이 거의 없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관련 특허 4개를 획득한 STX중공업은 현재 IMO의 기준보다 1000배 강화된 USCG Phase-II 요건에 만족하는 ‘복합형 선박평형수처리시스템’ 개발을 국책과제와 연계해 진행중이다. 이 계획에는 오는 2017년까지 1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마지막 한 고비만 넘기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던 STX중공업은 채권단의 요구에 의해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 핵심 사업인 플랜트와 STX엔진을 합병해 규모를 확장시킨 엔진사업을 양축으로 하면서 조선 기자재 사업 비중은 축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모 그룹 해체로 STX조선해양과 결별하면서 초기 시장 진입의 길이 막힌 것도 또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현재로서는 매각금액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채권단과 STX중공업도 희망하는 금액 조건에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의향서 제출 기업들이 실사를 마친 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STX중공업측은 매각에 대한 아쉬움이 큰 듯 인수의향서에 매수 희망동기와 매후 후 향후 계획, 임직원 고용승계 여부 항목을 가격보다 앞에 내세워 사업을 키워낼 좋은 주인이 오기를 간접적으로 희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중공업의 선박평형수 관련 기술은 상당히 좋은 것으로 보였는데, 모기업의 좌초로 안타깝게 매물로 나오게 됐다”며, “사업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은 조선·기계 관련 업체를 포함해 중국 등 해외업체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해외기업이 인수할 경우, 독자 개발한 기술을 고스란히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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