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화가 박현수 "이번 전시는 그림자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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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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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리핑과 디깅'기법의 독특한 작업..진화랑에서 제 15회 개인전

 

박현수작가가 도닦듯 종이에 파낸 블랙 '컷아웃 작업'을 15회 개인전에 설치작품으로 선보였다./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이걸 해서 뭐할 것이냐?"

1998년 미국 유학시절, 하루종일 종이를 파고 있는 그를 향해 지도교수가 한마디 던졌다.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그랬다. "도대체 저걸 왜 파고 있는거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처음엔 말도 통하지 않는 답답함과 혼자있는 외로움을 견디기위해 시작했지만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칼로 그 형상을 파내다 보니 어쩐지 좋았다. 도닦듯 파냈다. 처음엔 고딕체를 쓰듯 딱딱하게 파내졌지만 시간이 흐르자 리듬감이 나왔다.

 그후 6년.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 졸업 전시에 도닦듯 파낸 작품을 내걸자 화제가 됐다.

 종이에 수많은 형상을 파낸 수십장의 '컷 아웃'작품을 설치하자 '그림자 효과'가 극대화됐다. 평면이 입체화되는 '이중의 시선'을 선사했다. '이걸해서 뭐할 것이냐'던 교수도, 학생들도 환호했고  '빛과 그림자'는 그의 화두가 됐다.

 

추상화가 박현수./사진=박현주기자


추상화가 박현수(46)다.  성실과 집요함은 그의 무기다. 

2년만에 다시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여는 제 15회 개인전에는 유학시절 팠던 '컷아웃 작업'이 연장됐다.

"미국에서 5~6년간 중단됐던 작업을 다시 시작했어요."

트레팔지의 검은 원형에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의미하는 형체들이 드글드글하다. 여기에 빛이 쏘아지면 투과된 그림자가 벽에 완벽한 원을 이루며 존재감을 발한다. '빛과 그림자'. 이전엔 빛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그림자'가 주인공이다.

 빛과 그림자는 항상 공존하지만 그림자는는 이면에 머무는 존재.  작가는 이번 작업에 이 개념을 뒤집었다. 객체와 주체는 바뀔수 있는 것, 그림자에 대한 관찰을 대형 화면에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빛과 에너지에 대한 탐구를 했다. 그렇게 나온 작품은 '원형의 그림자' 로 구체화됐다.
 
  "그림자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다르지만 시선을 멀리 가져가면 모두 원으로 환원되죠.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집도 사람도 나무도 작은 점으로 보이는 것처럼 시야가 희미해지면 남는 본질은 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뭇잎 틈 사이로 빛이 쏟아질때 그림자속에서 빛의 율동을 보았다면 이해가 쉬울듯하다.  그 '그림자를 컬러로 환원을 시켜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한' 작업이 '컬러 새도우' 시리즈다. 이번 전시에 대형신작 10점이 나왔다.

 숨은 뒷면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은 유화로 작업해 더디게 진행된다. 칠하고 뿌리고(드리핑)과 긁고(디깅) 은 작가만의 차별화된 작업 특징이다.

 

진화랑에서 개인전을 연 화가 박현수./ 사진=박현주기자

 "드리핑은 자연의 원리, 시간성을 의미합니다. 물감이 건조되고 굳으면 원이나 그림자가 올라가 긁어내는 방식이죠. "

  '덮어서 가린', 또는 '가리고 파낸' '흘리기 기법'과 '발굴 기법'의 작품은 색과 색이 중첩되고 현란함이 난무하는 파편같은 이미지로 에너지를 내뿜는다.  
 매끈한 화면때문일까. 색색의 기하학적 무늬들은 멀리서 보면 '자개'처럼 빛나 보인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양이 없는 음은 생각할수가 없지요. 빛은 그림자와 대비될때 실제보다 더 빛나 보이고, 그림자는 빛의 반영으로 인해 존재의 이유를 얻죠. 너무 빛에만 주목했기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같아요. 이젠 빛을 빛내주는 그림자 존재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때라고 봅니다. " 전시는 6월10일까지.(02)738-7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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