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1기업 1문화공간’ 운동, 문화융성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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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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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우리나라에 미술가가 몇 명이나 될까? 현재 한국미술협회에 회원으로 등록된 숫자는 3만5천 명이 좀 넘고, 전시를 꾸준희 여는 작가까지 합치면 약 10만 명은 될 것이란 추산이다. 그런데도 미술은 다른 문화장르에 비해 편하게 볼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문화 여가생활을 꼽으라면 단연 영화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모이는 웬만한 곳엔 으레 극장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모든 창작자라면 자신의 작품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을 것이다. 문화는 몇 번의 이벤트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친숙해지는 과정을 거쳐야만 된다. 하지만 모든 미술가들이 자유롭게 전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경비지출이 큰 요인이다. 기본적으로 개인전을 한 번 하려면 적어도 1천만 원은 각오해야 한다. 뚜렷한 수입원 없이 감당하기엔 부담되는 금액이다.

 현 정부의 가장 큰 캐치프레이즈는 ‘문화융성’이다. 이것은 정말 구호처럼 쉽지 않은 과제다. 문화를 만들기도 힘든데, 그것으로 융성을 꿈꾼다는 것은 두 마리 토끼 잡기다. 아마도 현재 1% 대의 문화관련 예산을 4~5%로 갑자기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문화소비는 다른 유형의 소모성 소비 형태와는 다르다. 소비요소 자체가 생활에 스며들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이 변할 때 비로소 문화소비는 완성된다. 이것이 문화복지이고 문화융성이다.

누구나 미술을 영화처럼 손쉽게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추천할 만한 좋은 본보기가 있다. 농촌사랑운동의 가장 큰 성공사례인 ‘1사 1촌 자매결연’이다. 한 개의 기업이 우리 농촌마을 한 곳을 돕는 이 운동은 2003년 12월 11일 농협의 ‘농촌사랑 공동선포식’에서 비롯됐다.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말에 드디어 1만 쌍을 돌파했다. 국무총리실도 지난 2005년 이를 우수정책사례로 꼽았고, 2012년엔 3개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수록됐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특수성으로 볼 때 대기업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기왕 그렇다면 대기업의 사회공헌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우리 실정에 맞는 공존공영의 지혜일 것이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기업집단 계열사 숫자만 1688개로 집계됐다. 전국에 산재된 건실한 개인 기업까지 합친다면 더 엄청난 숫자일 것이다. 만약 이곳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1곳씩만 마련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자.
 
 기업이 적극 나서서 해당 지역민에게 우수한 문화공간을 제공한 사례는 지금도 있다. 그 중에서 전국적인 문화명소로 자리 잡은 여수의 GS칼텍스예울마루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와 서울 영등포 안국약품의 사옥 내 갤러리 운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우수사례이다. 이처럼 ‘1기업 1문화공간’ 운동을 전개한다면 전 사회적으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의할 점은 기업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기존 사옥의 잉여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게 관건이다. 작게는 임직원, 크게는 지역 주민 대상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문화와의 가장 친숙하고 꾸준한 만남’을 유도하는 것이다. 진정한 문화융성의 길은 임기 내 실적 위주의 이벤트나 통계수치가 아니라, 피부로 와 닿는 실질적인 생활의 변화여야 한다. 정부는 모든 정책을 세금으로만 해결하려 들지 말고, 공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 든든한 파트너를 개발해야 한다. 기업 참여유도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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