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포스트] ‘던지기’ 국정감사와 엔씨소프트의 ‘제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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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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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포스트-정보과학부 정광연 기자]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다음카카오에서 시작된 ‘사이버 검열’ 논란이 게임업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게임사들의 ‘수사전용 사이트’ 개설 공방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당사자로 지목된 엔씨소프트가 해당 논란에 대한 언론 보도 자체를 ‘검열’하려는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국정감사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고검 산하 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엔씨소프트와 넷마들이 수사기관을 위해 통신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전용 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폭로했습니다.

이 의원측은 증거자료로 엔씨소프트가 운영 중인 ‘CRIN(CRiminal INvestigation)’ 사이트와 넷마블의 ‘통신비밀보호업무 협조페이지’를 공개하며 수사기관이 개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수사전용 사이트를 양사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양사 모두 이번 의혹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넷마블은 해당 페이지는 이미 폐쇄된 사이트로 이 의원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고 엔씨소프트 역시 “언급된 사이트는 수사기관이 고객의 통신 자료를 조회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공문의 접수 및 발송 여부 만을 확인하는 사이트”이며 “엔씨소프트는 2012년 12월 3일 ‘통신 자료’ 요청에 대한 전기통신사업자의 회신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 이후 수사기관의 ‘통신 자료’ 요청에 단 한 건도 응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의혹을 제기한 이 의원측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수사기관에 어떤 정보가 제공됐는지 여부를 법원 신청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확인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게임업계까지 번진 ‘사이버 검열’ 논란의 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혹스러운 건 엔씨소프트의 태도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이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 직후 배포한 해명 보도자료에서 자사의 공식 입장과 함께 “이춘석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을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언론사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적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매체의 사실적 주장으로 피해를 입은 자들의 반론보도, 정정보도, 추후보도 및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사건을 접수해 조정·중재하고, 언론보도로 인한 침해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입니다. 즉, 명백한 오보나 특정한 피해를 입은 경우에 해당 언론사에 책임 여부를 결정하는 법정기관입니다.

따라서 엔씨소프트의 ‘제소’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명백한 오보나 특정한 피해를 야기하는 기사가 존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아예 보도자료를 배포한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이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니 이를 보도하면 안되며 잘못 보도할 경우 제소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들이 우려하는 기사의 게재 여부를 떠나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말입니다.

엔씨소프트의 답답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현 시점에서는 이 의원의 주장이나 엔씨소프트의 해명 모두 논쟁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 어느 한쪽의 주장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습니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정보가 제공됐는지에 대한 (법원 명령에 따른) 소명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의원측이 증거로 제시한 해당 사이트는 엔씨소프트가 승인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지만 접속 가능, 제 3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결국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 치우침이 없는 객관적 기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 이 의원측 주장대로 기사를 쓰면 모두 제소하겠다”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거의 협박으로 느껴질만큼 강경하게 말입니다. 엔씨소프트측과 직접 통화를 해보니 경우에 따라 불쾌할수는 있겠지만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기반으로 기사를 쓰면 제소를 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엔씨소프트의 주장대로라면 이 의원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한 기사는, 이 의원의 의혹은 틀렸다는 것을 전제로 작성돼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엔씨소프트의 ‘제소’를 피할 수 있을테니까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며 아직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객관적인 입증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번 국정감사 역시, 예년처럼 명확한 정보 확인 대신 일단 이슈부터 만드는 의혹 제기가 앞서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그리고 이른바 ‘던지기’ 국정감사로 인한 피해는 국회의원이 아닌 해당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부분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체 언론을 ‘잠재적 오보 생산자’로 규정하고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무기삼아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명백한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국정감사를 취재하고 그 과정을 전달해야 할 의무를 가진 기자들에게 해당 내용은 틀렸으니 함부로 보도하지 말라고 위협하는, 엔씨소프트의 ‘창의적인’ 생각이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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