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다. 최근 알리바바는 ‘전자처방 플랫폼’ 구축을 시도하며 의약업계에 또 하나의 ‘혁신’을 준비 중이다.
알리바바가 최근 ‘알리건강’이라는 모바일 앱 출시를 위해 지난 달 24~28일 일주일간 중국 제약도시로 유명한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에서 최종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중국 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가 최근 보도했다.
알리건강 모바일맵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환자가 병원에서 진찰받은 후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 병원 정보시스템을 통해 의사 처방전이 알리바바 전자처방 플랫폼에 입력된다. 환자가 앱을 통해 의약품 처방을 '콜’하면 앱이 환자 요구에 따라 인근 약국에 환자 처방정보를 전달하고 약국이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해 환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재 의약분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이같은 시도는 '혁신'으로 불리고 있다.
알리건강은 중국 정부 당국의 지원사격도 받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베이징군구총병원에서는 알리바바의 전자처방 플랫폼이 이미 시범 운영 중이다. 최근 의료개혁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고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알리바바의 의료사업 진출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물론 전자처방 플랫폼이 보급되기 위해서 알리바바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각에선 '허황된 시도'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아직 의약분업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중국에서 병원들이 처방전 정보를 호락호락 내어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소위 잘 나가는 대학 종합병원보다는 환자가 부족한 중소병원이나 민간병원과의 협력을 모색해 서서히 전자처방 플랫폼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의 한 대형 약국체인 관계자는 “비록 병원 처방전공개, 의료보험 등 알리바바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며 "하지만 몇 년 후 의약품 업계 외부인인 알리바바가 의약품 업계 ‘혁명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알리바바의 의료사업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5월말 '미래병원플랜'을 발표했다. 알리바바 산하 결제사이트인 알리페이를 통해 병원예약·접수· 의료비 납부·산정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이용하도록 해 환자들의 편의를 돕는 한편 병원의 병상회전율을 높이고 의료서비스를 제고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알리바바는 이를 위해 중국 주요도시 50여개 대형종합병원과 MOU도 체결했으며, 지난 7월 광저우시 여성병원을 시작으로 이미 5개 병원에서 시행 중에 있다.
의료사업 분야에 뛰어든 것은 알리바바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인터넷기업 텐센트는 지난 10월 중국 온라인의료서비스 사이트인 '과하오왕'에 과감하게 1억 달러(약 1100억원)을 투자했다. 과하오왕은 전국 900여개 주요병원의 12만명 의사가 등록돼 있으며, 현재 가입자 수가 3700만명에 달하고 있다. 텐센트는 앞서 9월에도 중국 의약품 바이오업계 종사자 전문 커뮤니티사이트인 딩샹위안(丁香園)에도 7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장기적으로 위챗이나 QQ등 메신저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수 억명의 유저를 기반으로 실시간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
또 다른 인터넷 기업 바이두는 최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과 의약품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관련 MOU를 체결했다. 중국내 상용되는 20여만개 주요 의약품 정보를 바이두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 소비자들이 의약품 정보를 손쉽게 검색해 찾아보도록 해 가짜 의약품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는 게 주 목적이다.
중국 인터넷기업들이 의료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은 무궁무진한 시장 잠재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MS에 따르면 세계 2대 제약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1인당 의약품 지출이 지난해 72달러에서 2018년에는 124달러까지 급증해 전체 제약시장 규모가 1550억~1850억달러(약 170조~20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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