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테러리스트. 군부독재 시절인 1980년대 ‘열혈 운동권’이었던 김기종(55·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씨에게 붙여진 딱지다. 한때 군사독재 타파를 외친, 그리고 남북통일을 부르짖었던 한 남성이 테러리스트로 전락했다.
가히 충격적이다. 한 개인의 신념에 대한 ‘맹신’이, 극단주의 덫에 갇힌 민족주의 담론이 ‘망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파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자칭 독도지킴이를 자처하는 한 남성의 난데없는 폭력성만으로도 ‘섬뜩한’ 이번 사건이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9일 ‘미 대사 피습’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공방은 그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한 손에 한·미 동맹, 다른 한 손에 ‘종북몰이’를 들고 진격했다. 반면 범야권은 이를 ‘개인의 일탈행위’로 규정한 뒤 보수진영의 종북 공세를 서둘러 차단했다.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한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미치는 파장의 유·불리만 따지는 모양새다.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왜 한 남성이 ‘테러’를 자신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삼았느냐는 것이다.
일단 김씨 개인과 그가 속한 NL(민족자주파) 내 일부 민족주의자의 문제다. 대중담론과는 거리가 먼, 수십 년간 계속된 고립감이 극단주의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은 국가(사회)의 문제다. 김씨 사건 이전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로 추정되는 한 고등학생이 ‘신은미·황선 토크 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이 든 양은냄비를 터뜨렸다. ‘종북세력’ 척결을 주장한 이 학생의 행동 역시 ’극단적 국가주의’가 원인이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이념적 편향성. 주류가 아니면 소외되는 ‘배제 정치’, 결국 고장 난 나침판이 한국 사회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이념이 아닌 ‘사회적 상식’을 믿고 국가권력의 나침판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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