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사채왕 금품수수' 전 판사 "돈은 받았지만 대가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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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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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왕'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 전 판사가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하지만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부분은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 전 판사가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하지만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부분은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최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돈을 받을 당시) 알선할 사건 자체도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은 또 최씨에게 금품을 건넨 사채업자의 내연녀 한모(58)씨의 진술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두 사람 사이에서 금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재판부는 한씨를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최씨는 재판장이 '검찰 조서의 피고인 진술에 진정성이 있으냐'고 묻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그 부분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그날 새벽에 저의 전화를 외면하지 않고 검찰청에 다시 나와주셔서 (검사에게) 감사하다"며 "그날 검사가 힘들어서 오지 않았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월 중순 최씨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현직 판사 신분이었던 최씨는 1월 17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고 이튿날 새벽 귀가했다가 불과 몇시간 만에 다시 나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집에서 아내와 상의한 끝에 금품수수 사실을 자백하기로 결심하고 담당 검사에게 전화를 건 뒤 검찰청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가 자백을 하고 불안한 심리를 드러냄에 따라 검찰은 그를 긴급체포했다.

이어 "제가 그렇게 (검찰에서) 진술한 것(이유)은 신앙도 있었고,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집사람과 함께 살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내 모든 것을 잃고 또 오해를 받더라도 그 이야기는 꼭 하고싶어서 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의 변호인인 최윤철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아마 검찰에 처음 출두했을 당시 극단적인 생각을 했던 것을 떠올리고 자신을 붙잡아준 검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짧은 스포츠머리에 방한용 장갑을 끼고 법정에 나온 최씨는 이전 재판에서보다 훨씬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최윤철 변호사는 "전에는 심리적으로 조금 불안했는데, 이제 많이 안정됐다. 종교에 많이 의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씨는 '명동 사채왕'이라 불리는 최모(61·구속기소)씨로부터 2009년~2011년 자신이 연루된 형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법원과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25일 오후 2시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서증조사를 거쳐 다음달 6일 한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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