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메르스와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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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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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장면 1> 미국 미네소타州 블레인 고등학교의 졸업앨범에 장애인 안내견 두 마리의 사진이 실렸다. 이름이 다코타(Dakota)와 카멜(Carmel)인 이 안내견들은 주로 청각장애 교사의 이동과 수업을 도왔고, 특수교육 시간에도 참여하여 학생들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앨범을 제작한 학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과 교사를 포함해 모두가 학교의 구성원"이라며 "수업에 도움을 준 안내견들을 포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면 2>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방지를 위한 비상조치에서 비정규 직원이 제외되었다. 137번 메르스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용역업체 직원이었다. 이 환자는 발병 이후에도 10일간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아들의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등 230여명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 2가지 사례를 비교해보면, 미국의 장애인 안내견은 학교 구성원에 포함되었고, 우리나라의 응급환자 이송요원은 병원 구성원에서 제외되었다. 덧셈을 하고 포함하는 포용의 경제, 포용적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하는데, 우리는 뺄셈을 하고 제외하는 배제의 경제, 배타적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수많은 배제와 배타의 사례 중에서 일자리 및 소득과 직결되는 것이 비정규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2015년 3월 현재 601만 2천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2.0%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비교를 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temporary workers) 비중은 2013년 8월 기준으로 22.4%로 내려간다. 하지만, OECD 평균 11.8%에 비하면 거의 2배에 달한다. 반면, 독일 13.4%, 일본 13.7%, 덴마크 8.8%, 영국 6.2% 등 주요 선진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우리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올라가는 비율도 낮다는 점이다. OECD가 발표한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별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중 근무한 지 3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2.4%에 그쳐 회원국 평균인 53.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데이터가 주는 메시지는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고착화되는 경우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더 많다는 것으로서 사회적 역동성이 크게 떨어짐을 의미한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는 본래 속성 상 소득격차와 불평등이 심해지게 마련이며 누진적인 조세 제도와 재분배적인 정부 지출을 통해서 부작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또한 공정한 게임의 룰과 열려있는 기회의 창을 통해서 사회의 역동성을 높임으로써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해야만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지속가능하다. 최근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조차도 불평등이 심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에 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price of inequality)'라는 최근 저서에서 미국의 불평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약30년 전에는 미국의 상위1%가 전체 소득의 12%를 차지했다면 2007년에는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 역시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배제나 불평등은 왜 나쁜가? 스티글리츠의 연구에 따르면, 갈수록 심해지는 불평등은 공정한 승부와 기회 균등에 기초한 공동체 의식을 퇴보시키며, 나아가 생산성 감소, 효율성 감소, 성장 둔화, 불안정성 심화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값비싼 대가(price)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제와 불평등의 해법은 무엇인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라고 해서 묘수가 있는 건 아니다. 스티글리츠의 해법은 세금의 누진성을 높이는 것, 직업훈련 강화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 관련 안전망(safety net)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 미국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도 같은 처방이 필요하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비정규직 비중을 더 낮추고, 부당한 차별을 없애는 것 역시 사회적 역동성과 포용성을 회복하기 위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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