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유럽연합(EU)이 22일(현지시간) 난민 12만 명 분산 수용안에 합의했다. 그리스·이탈리아에 체류중인 난민 6만6000명과 헝가리에 있는 5만4000명이 수용 대상이다. 난민 분산 수용안은 일단 통과됐지만 EU 회원국 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외신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 EU 분열 가속화…”갈등 양상 계속될 것”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동유럽 4개국(체코·헝가리·루마니아·슬로바키아)은 이번 난민 수용 관련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핀란드는 기권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이 꼽힌다. 난민 수용에 관대한 독일·프랑스 등과는 대조적으로 난민을 수용할 경우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이 경제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종교 문제도 한 몫 한다. 대부분 기독교 중심인 유럽에 무슬림 등 다른 종교가 유입된다면 또 다른 종교 전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슬로바키아는 다양성이 있는 다른 서유럽 국가와는 달리 이주민 경험이 부족해 난민 수용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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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에 강제적으로 난민을 할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현재 EC는 국가별 인구 규모와 국내총생산(GDP) 등을 고려해 동유럽 국가의 부담을 줄여주고 자발적 수용 시 난민 1인당 6000유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반발이 워낙 심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분열된 각국 입장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 난민용 주거시설·일자리 마련 등 후속 조치는?
이미 대규모 난민이 유럽에 유입됐지만 난민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난민이 유입돼 혼란이 빚어지자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도덕적 책임감만 앞섰다는 자성도 나온다.
연말까지 최고 8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던 독일의 상황은 심각하다.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통해 난민이 너무 많이 유입되자 한시적으로 국경을 통제했다. 뮌헨에 들어온 난민만 6만 명이 넘자 벌써부터 한계에 달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크로아티아도 헝가리의 국경 폐쇄를 비난하며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1만여명이 몰려들자 국경을 폐쇄했다.
난민 간 선별 수용도 문제다. 현재 유럽은 내전으로 인해 난민이 된 시리아인을 우선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아랍이나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의 불만이 크다. 독일에서는 난민 4명 중 1명이 시리아인 행세를 하면서 망명 허가를 받으려는 현상까지 늘고 있다.
수용한 난민들의 향후 일거리 배분, 주거 시설 마련 등 차후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23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는 EU 정상회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회의에서는 EU 각국의 국경 통제 문제, 난민 망명 처리 및 송환 절차 간소화 등 난민 관리를 위한 세부적인 규칙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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