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직해병 채상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주호주대사로 전격 임명됐고, 임명 당시 공수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자 출국금지 상태였다. 그러나 임명 사흘 뒤인 3월 7일, 공수처에 출석한 직후 출국금지가 해제됐고, 곧장 호주로 출국해 대사직에 부임했다. 하지만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11일 만에 귀국했고, 같은 달 25일 사임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전 장관의 임명·출국 과정에는 법무부·외교부의 절차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윤 전 대통령의 직접 관여 여부도 포함돼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 대한 범인도피 혐의로 고발돼 있으며, 특검은 공수처에서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다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여부도 법리 검토 중”이라며 “출금 해제와 외교관 여권 발급, 임명 과정에서의 지시나 묵시적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4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결정에 관여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박행열 전 인사정보관리단장, 이재유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전직 법무부 고위 인사 3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들은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압수수색은 이날 오전부터 진행됐으며, 대상은 박 전 장관 등 법무부 관계자들의 사무실, 차량, 휴대전화 등이다. 법무부 청사와 주거지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통해 수사 회피를 도왔다는 ‘범인도피 혐의’ 고발 사건도 넘겨받아, 향후 직접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윤 전 대통령과 박 전 장관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으며, 해당 사건은 특검팀으로 이첩됐다.
순직해병 특검법은 이 전 장관의 임명·출국·귀국·사임 전반을 둘러싼 불법행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대통령실·법무부·외교부·공수처의 직권남용·직무유기·은폐 행위까지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번 수사를 통해 △호주대사 임명 절차의 적법성 △출국금지 해제 경위 △외교관 여권 발급 절차 △귀국 명분이 된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의 실체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정 특검보는 “외교부와 법무부 당국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했고,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을 토대로 강제수사로 전환한 것”이라며 “윗선 개입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후속 수사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검팀은 오는 6일 윤 전 대통령이 주재한 ‘VIP 격노’ 회의에 참석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을 서울동부구치소 내에서 조사하고, 8일에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재소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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