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0여 년전 중국 베이징에서 유학할 때다. 중국인 친구와 이야기 도중 중국과 대만간 관계를 남·북한에 빗댄 적이 있다. 그러자 친구는 “남한은 남한이고 북한은 북한이다. 하지만 대만은 중국이다”고 딱 잘라 말했다. 남·북한이 개별국가로 유엔에 따로 가입한 반면 대만은 중국의 유엔 가입 후 축출돼 아직까지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서 말이다.
5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중국 관련 기사를 신문에 게재하면서 지도를 함께 넣었는데 다음날 주한 중국정부기관으로부터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첨부한 중국 지도에 대만이 빠졌다는 게 이유였다.
3년 전 대만에 출장갔을 때 맞닥뜨린 상황은 좀 달랐다. 한 대만인 교수가 기자 명함에 찍힌 ‘중국뉴스부’ 부서명을 보고 대만뉴스부도 있냐고 물었다. 중국뉴스부에서 대만도 함께 다룬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그럼 대만·중국뉴스부로 바꿔야죠”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 말속엔 중국은 중국이고 대만은 대만이라는 대만인의 정체성이 담겨있었다.
이것이 그 동안 기자가 몸으로 부딪쳐 배운 ‘한 국가인 듯 아닌 듯 한 국가 같이’ 미묘한 양안 관계의 현 주소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기자는 중국어를 전공했음에도 대만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다. 무지했다는 게 맞다.
사실 1960~70년대 대만은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불린 우리의 오랜 우방이었다. 중국어 전공자들에게 대만 유학은 필수 코스였다. 하지만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우리는 대만과 단교했다. 서울 명동에 있던 자유중국(대만) 대사관에서는 청천백일기가 내려지고 중국의 오성홍기가 올라갔다. 그렇게 대만은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지난 2013년 ‘꽃보다 할배’ 방영으로 대만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 ‘쯔위 사태’를 계기로 대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듯하다. 최근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브릭스'(BRICs)가 가고 대만·인도·한국·중국의 '틱스(TICKs)'가 뜨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중국 못지않게 대만도 우리의 소중한 이웃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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