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중략)/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의 '청포도' 중에서)
레스토랑 '래미스'는 맛과 분위기뿐 아니라 이름에서도 재미가 묻어난다. 뉴아메리칸 스타일를 표방하는 메뉴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매장을 꾸몄지만, 레스토랑의 이름은 한국의 민족시인 이육사의 대표작 청포도 속 모시(Ramie)라는 의미가 녹아있다.
지치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은쟁반에 모시 수건을 내놓듯 손님을 소중히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 래미스의 총괄 컨설턴트로 참여한 김세경(39·사진) 셰프를 만났다. 세계적인 요리학교인 미국의 CIA를 졸업하고, 미국 특급 레스토랑인 찰리 파머 총주방장 출신인 김 셰프는 래미스에서 메뉴 개발부터 인테리어,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
김 셰프는 "부담 없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어색한 메뉴도 단번에 익숙해져 친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래미스를 소개했다.
편하게 즐길 수 있게 음식 맛과 서비스만큼 가격에 신경을 썼다. 김 셰프는 "아무리 맛이 좋아도 가격대가 높으면 자주 오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플래이팅을 간소화하고, 메뉴를 다양하게 구성해 문턱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크는 3만~6만원대로, 점심을 이용하면 1만원대로 떨어진다. 대부분의 음식도 1만원 안팎으로 책정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조만간 이탈리아식 돼지 바비큐인 '포르게타'를 매장 시그니처 메뉴로 키울 계획이다. 포르게타는 보통 2시간 전부터 준비해야 해 주로 파인 다이닝에서 선보이는 메뉴이지만, 김 셰프는 캐주얼 다이닝에서도 충분히 서비스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김 셰프는 "이태원 상권은 음료·주류 판매가 높아 커피·칵테일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지만, 레스토랑인 만큼 음식을 보고 매장을 판단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셰프로서 음식에 초점이 맞춰지도록 가성비 높은 메뉴를 꾸준히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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