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은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오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개최한다. 사진은 싯귀를 쓴 백자 접시[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1975년 8월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그물을 드리우던 한 어부의 손끝에 낯선 느낌이 전달된다. 그물에 딸려 나온 것은 정체를 모를 도자기 6점. 어부는 이를 초등학교 교사였던 자신의 동생에게 보여주었고, 동생은 이듬해 '청자꽃병' 한 점을 신안군청에 신고한다. 놀랍게도 이 도자기는 원나라(1271~1368) 때 만든 청자로 밝혀진다. 이른바 '신안 보물선'으로 알려졌던 신안해저선(이하 신안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신안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오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개최한다. 신안선은 650여 년이 지났지만 보존 상태가 양호한 원대 도자기들을 품고 있어 국내외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청자 어룡 장식 화병[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바닷속의 보물을 건진다'는 미명 하에 신안 앞바다에서는 몰래 도자기를 건져 올리는 불법적 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당시 문화재관리국(지금의 문화재청)은 1976년 10월 27일부터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했고, 그 결과 신안선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후 1984년까지 9년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배와 함께 실려 있었던 각종 물품 2만4000여 점과 동전 28톤 상당의 문화재들이 뭍으로 나왔다. 이번 전시에는 이중 2만300여 점을 일반에 공개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신안선에서 발굴된 문화재들을 전시해 왔지만, 종류별로 대표성이 있는 것들만을 골라서 공개한 명품 위주의 전시였다. 2만4000여 점의 발굴품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전체의 5% 정도인 1000여 점에 지나지 않았다.

청자 여인[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박물관 측은 "신안선의 발굴은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가 되었으며, 그 경험과 성과는 이후 수많은 수중문화재 조사의 밑바탕이 됐다"며 "발굴된 문화재들은 14세기 동아시아의 경제적·문화적 교류 등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신안해저선의 문화기호 읽기 △14세기 최대의 무역선 △보물창고가 열리다 등 총 3부로 구성된다.
당시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중국적 취향과 그에 따른 일본 상류층이 선호했던 문화생활을 살펴볼 수 있는 복고풍의 그릇들과 차, 향, 꽃꽂이 그리고 신안선의 선원과 승객들의 선상 생활도 가늠해볼 수 있는 각종 물건들은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신안선에 실렸던 '화물'들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도록 도자기, 동전, 자단목, 금속품, 향신료 등을 '큰 덩어리'로 소개하는 3부 보물창고가 열리다는 발길을 꽤 오랫동안 붙잡는다. 당시의 발굴 상황 등을 재현한 전시품들도 꽤 흥미롭다.

흑유 단지[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영훈 관장은 "신안선 침몰은 풍랑 등으로 벌어진 '사고'였겠지만,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당시의 생활·문화사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40~50명으로 추정되는 당시 선원들의 슬픔과 고통, 즉 '사람'의 감정까지도 주목하는 전시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9월 2일 특별전 연계 학술행사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리며, 10월 25일부터는 전시품 내용과 수량을 조정해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전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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