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중국산 제기가 범람하고 있다. 중자 접시 기준 최저가 5000원에 불과한 중국산 제기가 2만원 짜리 국산 남원산 제기로 순식간에 둔갑하는 것이다.

국산 제기(왼쪽 두줄)와 중국산 제기(오른쪽 두줄).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사진=문예슬 인턴기자]
22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그릇 가게들은 제기를 꺼내 전면에 진열해뒀다. 제기를 직접 보고 구매하려는 수도권 소비자들은 남대문시장을 많이 찾는다.
제기는 가격의 변동이 적다. 한 번 사면 수십 년을 쓰는 데다 가격도 최소 수십 만원에 달해, 결혼이나 첫 제사와 같은 특별한 날에 장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상을 모시는 데 쓰이는 만큼 윤달에 맞춰서 사는 등 미신적 요인도 작용한다. 남대문 제기 상인들 역시 추석이라고 제기 가격이 오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산의 범람이다. 2008년부터 중국산 제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국산 제기는 재료부터 가공 과정까지 전통 방식의 제기와는 다르다. 물푸레 등 고급 목재를 사용하는 국내산과 달리 중국산은 값싼 오리목, 심지어 나무톱밥을 압축한 MDF를 사용한다. 완전히 다른 재료지만 칠을 마치고 나면 육안으로 식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물이 몇 차례 닿으면 MDF 제기의 경우 나무톱밥으로 풀어져버리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상인들은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기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산 제기에도 '남원제기' 낙관이 버젓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중국산 제기에 남원제기 낙관을 찍어 2400여박스를 유통시킨 사건이 있었다. 10여년이 지나자 제기 생산·유통망까지 붕괴되기 시작했다. 동대문 그릇 도소매센터에도 10여년 전 8곳이었던 제기 가게가 2곳으로 줄었다.
이날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주부 신 모(51)씨는 "백만원이 훌쩍 넘는데 판매자만 믿고 사려니 답답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나무톱밥을 압축한 MDF로 만든 제기. '톱밥 제기'는 물이 닿으면 금세 모양이 훼손된다. 제기 아래쪽에 남원제기 낙관이 버젓이 찍혀있다.[사진=문예슬 인턴기자]
한편 남대문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추석을 앞두고도 덤덤한 모양새였다. 취급하는 품목이 의류ㆍ액세서리ㆍ생필품ㆍ수입식품 등으로 제한된 탓에 명절 분위기가 비껴간 탓이다. 하지만 하루 50여만 명이 드나드는 수도권 최대 규모 시장인 만큼, 판매에 주력하는 액세서리, 수입식품 등 코너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남대문시장의 명물로 불리는 갈치거리도 북적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