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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좌) 연합뉴스 제공 (우) 위키백과 캡쳐]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은 시베리아의 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차르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황후의 총애를 얻어 궁정에 세력을 가진 뒤 종교 및 내차, 외교 등에 관여한 수도사이다.
당시 러시아의 차르였던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황후에게는 뒤늦게 얻은 알렉세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은 황후의 권력을 유지해주는 버팀목으로 그녀가 매우 아끼는 아들이었다.
독일 왕가의 피를 물려받은 알렉세이는 유전병인 혈우병을 앓고 있었는데, 요승 라스푸틴이 최면술을 통해 알렉세이의 병을 치료하면서 알렉산드라 황후의 살아있는 성자가 된다.
이후, 라스푸틴은 황후의 신임을 이용해 차르인 니콜라이 2세를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며 폭정을 일삼는다.
러시아 농민들에게 생계유지조차 어려울 만큼 가혹한 세금을 거둬들여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는데, 이때 라스푸틴이 제멋대로 책정한 세율은 90% 이상이었다고 한다.
라스푸틴은 항의하는 농민들에게 총탄을 퍼붓기까지 했으며, 이후 역사는 많은 사상자를 낸 이 날을 '피의 일요일'로 부르고 있다.
라스푸틴의 전횡으로 인해 그는 그의 반대세력인 펠릭스 유스포프 공작, 드미트리 파블로비치 등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다.
이 때, 라스푸틴은 보통사람이 먹고 5초 이내 죽는다는 독극물(청산가리)을 먹었음에도 2시간 반 동안 기타음에 맞춰 춤을 췄다고 전해진다.
이에 펠릭스 유스포프가 그를 총으로 쏜 뒤 강철 지팡이로 머리를 마구 때리고 양탄자에 싸서 얼어 붙은 네바 강에 빠뜨렸는데, 나중에 강에서 건져낸 라스푸틴의 상태를 보니 그는 독살이나 총살이 아닌 익사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한편, 라스푸틴은 죽기 직전 편지에 예언을 남겼다. 예언은 '나는 이제 곧 죽을 것이다. 나를 죽이는 장본인이 황제의 친구(황족 혹은 인척)이면 황실도 머지않아 몰락할 것이고, 귀족에게 죽는다면 차르는 25년 후에 러시아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며 농부의 손에 죽는다면 차르는 수백 년 동안 이 땅을 다스릴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몇 달 후, 블라디미르 레닌이 주도하는 공산주의 혁명인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면서 제정 러시아는 붕괴되고 로마노프 왕조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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