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한 살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새내기 염은호는 지난해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18번 홀(파4)에서 무려 360야드의 장타를 날렸다.
단지 장타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왜소한 체격 때문. 염은호는 남자 선수로는 작은 키 162㎝에 몸무게는 65㎏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호쾌한 장타 한 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덩치 큰 동료 선수들의 기를 죽였다.
염은호는 “뒷바람에 내리막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노력으로 만든 결과다. 염은호는 31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1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장타 비결을 공개했다. 엄청난 비거리의 비법은 ‘빈스윙’이다.
염은호는 고등하교 1학년 때까지 동료 선수들보다 비거리가 너무 나지 않아 스트레스가 많았다. 왜소한 체격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것뿐이었다. 염은호는 이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과 빈스윙 훈련을 쉬지 않았다. 근력을 키우면서 엄청난 빈스윙 훈련에 시간을 투자했다. 100개의 연습 볼을 치면 900번의 빈스윙을 채워 1000번의 스윙을 했다.
염은호는 “공을 치면 강하게 때리려는 욕심이 생겨 오히려 정타도 나오지 않고 스윙 밸런스도 흐트러진다”며 “빈 스윙은 스윙 템포와 밸런스를 향상시켜주고 스윙 스피드도 올려준다”고 ‘빈스윙 예찬론’을 펼쳤다.
염은호는 현재 투어 공식 기록으로는 평균 비거리 280.1야드로 15위에 올라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300야드는 훌쩍 넘길 수 있다. 염은호는 “최장타 선수들을 몇 명 빼면 비거리에서는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염은호는 장타력만 갖춘 선수가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에 선발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코리안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해 올 시즌 투어에 데뷔한 신인왕 후보다.
이번 대회 첫날도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염은호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로 먼저 경기를 끝내 공동 선두에 올랐다. 투어 데뷔 첫 우승 도전의 발판을 마련한 염은호는 “올해 목표는 무조건 신인왕이다. 신인왕 경쟁에 다시 불씨를 지피겠다”고 다부진 각오도 전했다.
염은호가 자신감을 얻은 건 지난주 끝난 제네시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66타를 친 이후다. 염은호는 “체력이 약한 편이라 경기를 마치면 숙소로 가서 쉬었는데, 제네시스 챔피언십 첫날 경기 뒤 해가 질 때까지 퍼팅 연습을 했더니 확실히 퍼팅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때보다 그린이 느려지고 쉬워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