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수영계 큰별 최연숙 선수, 다시 수영장에

광주세계마스터즈대회 출전 "나를 되찾게 돼 행복"

최연숙 선수[사진=광주세계마스터즈대회 보도지원단 제공 ]

지난 1970년대 여자 수영계를 주름잡았던 최연숙(60)씨가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화제다.

70년대 전반부는 조오련 선수가 휩쓸었고 후반부는 최씨가 큰 별이었다.

당시 그녀는 8개 종목에서 무려 32차례나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운 '신기록 제조기'였다.

최씨는 이번 대회에 자유형 50m, 100m, 200m, 400m, 800m 등 5개 종목에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82년 마산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은퇴했으니 풀로 되돌아오는데 37년이 걸렸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을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조기은퇴와 결혼, 투병생활로 내려놓았던 자신을 다시 확인하는 대회라고 했다.

최씨는 “내가 가진 능력을 절정에서 터뜨려보지 못하고 은퇴했다. 그게 늘 마음 속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미국 같은 큰 무대에서 수영을 더 배우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만류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유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최연숙 선수[사진=광주세계마스터즈대회 보도지원단 제공]

이어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수영계를 떠났다.
하지만 그녀는 늘 물이 그리웠고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곳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위기를 맞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쓰러진지 30여 시간 만에 발견됐다고 한다.
최씨는 큰 고비를 넘기고 오랜 투병 생활을 하면서 다시는 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점차 건강이 회복되자 꿈이 다시 살아났다.
광주세계마스터즈대회 준비 겸 테스트 과정으로 지난 6월, 37년 만에 처음으로 용산마스터즈회장배 대회 50m 경기에 출전했다.

최씨는 “딸이 앞뒤 보지말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말고 엄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라고 해 용기를 갖고 대회출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처음에는 의사가 만류했다고 한다. 가까스로 승낙을 받았지만 물을 발로 차지 못해 거의 손으로 수영을 할 정도다.

“지난 6월부터 하루 40분씩 훈련하고 있다. 이번 대회의 목표를 800m 완주에 두고 있다”고 했다.

모처럼 용기있게 도전한 최씨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들어선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수영을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