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 대책(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10.1 대책(투기지역 및 과열지구 핀셋지정)', '12.16 대책(15억 이상 주택 대출 전면 금지 및 종부세 인상)' 등 지난 한 해는 시장에 영향을 미친 크고 굵직한 부동산 대책들이 쏟아졌다. 집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일부 고급 아파트는 3.3㎡ 당 1억원을 돌파했고, 잠실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에서는 아파트 한 채의 가격 '20억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과 강남 아파트는 40억원까지 간다는 분석이 공존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주경제신문이 전문가 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새해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은 '상승'과 '침체'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월세 가격은 '인상'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인(in)서울' 선호 현상으로 서울 및 수도권 지역과 지방 부동산과의 양극화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규제 장벽에도 정책 영향 제한적...서울 부동산 가격은 지속 상승
올해 전문가들의 주택시장 흐름은 '상고하저(23.5%)', '상저하고(23.5%)', '상승지속(23.5%)', '침체(17.6%)' 등으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전반적인 주택 매매가격 등락폭에 대해서는 1~3% 상승이라는 의견이 35.5%, 보합이 41.1%로 나타났다. 하락을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23.4%(1~3% 하락 11.7%3% 이상 하락 11.7%)로 나타났다.
서울 및 수도권 집값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82.6%로 대다수였다. 구체적인 인상폭을 묻는 질문에는 1~2% 인상 의견이 29.8%, 2~3% 이상이 35.2%였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집값의 높은 가격이라는 진입장벽과 고강도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저금리로 인한 시중자금 유동성과 '집은 사면 오른다'는 학습효과에 따른 투자심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12.16 대책으로 일시적인 상승폭은 감소할 수 있지만 강보합세 이상의 가격흐름이 전망되기 때문에 주택시장은 올해에도 상승기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2.16 대책에서 다주택자 매도 유인책으로 택한 양도세 유예정책으로는 지금의 넘쳐나는 주택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감소와 저금리 기조가 예상되기 때문에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전·월세값도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구체적인 변동률을 1~3% 인상으로 꼽은 전문가가 47.23%로 가장 많았다. 3% 이상을 택한 전문가도 41.17%로 나타났다. 보합세와 1~3% 인하를 택한 비중도 각각 5.8%로 조사됐다.
김은정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입주물량 감소와 매매가격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세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은 아파트가격 급등으로 매매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진 데 따른 비자발적 전세수요를 비롯해 신규 분양을 기다리는 청약 대기 수요가 전세시장에 머물면서 전세가격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유보다 거주가치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대출, 세제 등 부동산 정책효과로 매매보다 임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화되면서 올해에는 전월세 시장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혁 더케이컨설팅그룹 상업용부동산센터장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 및 수도권 전세값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고, 대기수요도 풍부하다"면서 "정부의 대출규제로 내집 마련을 미루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전월세에 안주하려는 수요가 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신규 아파트 공급의 로또화 현상이 커지면서 주택가격 하향에 대한 인식이 늘어 매수관망으로 인한 대기성 전세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봤고,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새해 주택시장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정부 정책이 70.5%(12명)로 가장 높았다. 그밖의 총선과 금리가 각 11.7%(2표)씩이었다. 유동자금(0.05%·1명)등도 변수로 등장했다. 선 대표는 "수도권 주택매매시장은 상승진원지로부터 규제가 약한 곳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보이는데 이는 제로금리에 가까워지는 초저금리 현상에 소비 경기 둔화가 원인"이라면서 "다른 갈곳이 없어진 투자처에 대한 자금 부유화현상이 올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 짙어져···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
전문가들은 서울 및 수도권 분양시장은 활황세를 보이고, 지방은 침체되는 양극화 현상이 2020년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은 신규 재건축 단지와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신도시, 지방은 대전·대구·광주·부산 등의 중심지역 부동산이 좋은 흐름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민성 델코리얼티 대표는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과 서울 가까운 곳은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인구밀도가 떨어지면서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수도권 주택시장과 지방시장 분위기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선택과 집중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상품성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수원처럼 경기도에서도 역세권, 대단지 등은 선호도가 높지만 외곽은 청약률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주택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에 주요 신도시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9억원 이하 주택들이 밀집한 대전, 광주 같은 주요 신도시에서는 분양이 잘 될 것"이라면서 "서울 대출 규제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수도권과 지방 주요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산 도심을 제외한 외곽지역, 경남 거점 도시는 당분간 전반적인 침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저금리 기조와 토지보상금, 총선 등의 이슈가 맞물려있어 상승요인이 있지만 실물경기 부진 및 규제 정책 영향이 있어 지역별 주택가격의 상이한 움직임이 장기화될 전망"이라며 "공공택지 물량으로 분양가 경쟁력이 뛰어나고,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있어 경기 과천과 지방광역시 정비사업 물량은 내년에도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